"내년 키워드는 '알파 쉽'"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01일, AM 05:02

[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내년 슬로건 ‘알파 쉽’(ALPHA SHEEP)처럼 시류와 알고리즘에 휩쓸리지 말고, 무리에서 먼저 뛰쳐나와 자신의 생각을 실행하는 첫 번째 양이 돼야 합니다.”

김난도 서울대 명예교수가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트렌드 코리아 2027’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소비 트렌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미래의창)
김난도 서울대 명예교수가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트렌드 코리아 2027’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소비 트렌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미래의창)
매년 한국의 소비 키워드를 제시해온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트렌드 코리아 2027’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2027년은 너무 많은 정보의 자극과 지나치게 바쁜 일상 속에서 느끼는 과잉형 권태가 특징인 사회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과잉형 권태사회 속 우두머리 양으로 거듭나야”

이날 김 교수가 제시한 ‘2027년 10대 소비트렌드’는 △권태사회 △라이프 ROI(투자수익률) △폼팩터 시프트 △해봄경제 △저장인류 △바이브 워킹 △리:텐션 전략 △휴먼엣지 △하프시그널 △안목자본 등이다.

이를 하나로 엮은 키워드로는 내년 양띠의 해에서 착안한 ‘알파 쉽’(ALPHA SHEEP)이다. 알파는 그리스어 첫 글자로 최초·시작의 의미다. 양은 항상 무리 지어 다니고 순응적이어서 주체성이 부족하다는 이미지가 있다.

김 교수는 “‘알파 쉽’은 양떼처럼 시류에 순응해 휩쓸리기보다는, 무리에서 뛰쳐나와 자기 생각을 실행하는 존재가 되자는 뜻”이라며 “인간도 인공지능(AI) 환경 하에서 주체성을 갖기 더 어려운 시대가 된 만큼 우두머리 양으로 거듭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핵심 키워드로는 ‘권태사회’를 꼽았다. 범용화한 AI가 인간의 시간과 노력을 줄여주지만, 그만큼 우리는 더 여유 있고 더 재미있어졌는가에 대한 의문에서 비롯된 키워드다. 더 바쁜데 단조롭고, 자극이 많지만 권태로운 현대인의 삶을 묘사한다. AI를 내년 키워드에 넣지는 않았다. 김 명예교수는 “스마트폰이 어느 순간 특별한 신기술이 아닌 일상의 필수품이 된 것처럼 AI도 범용재가 된 현실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김난도|452쪽|미래의창(사진=미래의창)
김난도|452쪽|미래의창(사진=미래의창)
◇올해와 달리 내년 키워드서 사라진 AI

10대 키워드 중 기업이 가장 주목할 키워드로는 ‘바이브 워킹’을 꼽았다. ‘바이브 워킹’은 AI 도입이 조직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사람과 AI가 하나의 흐름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업무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개념이다. 김 교수는 “맥킨지 조사를 보면 기업의 90% 이상이 AI를 도입했다고 답했지만, AI 덕분에 영업이익이 늘었다고 답하는 회사는 40%가 안 됐다”면서 “AI 활용을 넘어서 일의 과정 전체에서 각각의 업무에 AI를 적확하게 쓸 수 있도록 일을 세분화, 구조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이프 ROI’는 오늘날 사람들의 계산적인 사고방식과 행동을 반영한 키워드다. 투자수익률이란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조금이라도 비용 성격의 투자를 아끼고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현대인의 모습을 담았다. ‘폼팩터 시프트’는 제품의 물리적형태(폼팩터)를 변화시키는 트렌드를 말한다. 새로운 성능 혁신이 한계에 다다른 스마트폰이 다양한 비율로 접을 수 있는 형태를 선보이는 것이 일례다.

‘저장인류’는 큰 목적 없이도 일단 저장해두는 현대인의 경향을, ‘리:텐션 전략’은 브랜드 충성도가 낮아진 소비자들을 장기 고객으로 붙들어두려는 기업들의 니즈를 각각 키워드에 담았다. ‘하프시그널’은 갱년기를 인생의 반환점에서 울리는 신호로 다시 읽어내는 새로운 흐름이다.

김 교수는 “예전에는 갱년기가 인생의 후반전을 의미했다면, 이제는 절반 정도 되는 반환점에서 울리는 신호”라면서 “오늘날 갱년기는 본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춘기 자녀가 있는 가족, 그들이 일하는 직장이 함께 고민하고 공유해야 하는 주제”라고 언급했다.

인간의 대응 방안으로 제시된 키워드는 △해봄경제 △휴먼엣지 △안목자본 등이 있다. ‘해봄경제’는 AI 에이전트 활용으로 1인 기업이 많아진 오늘날, 창업 비용이 급격하게 줄어든 만큼 완벽을 도모하느라 주저하기보단 일단 해보는 것이 나아진 경제 상황을 담았다. ‘휴먼엣지’는 개개인의 차별성(엣지)과 흔적의 가치를, ‘안목자본’은 개인의 안목이 자본이라는 점을 각각 반영한 키워드다.

김 교수는 “과거 컴퓨터가 처음 나올 때 학자들이 디지털 디바이드(격차)를 걱정했는데, 오히려 디지털과 AI가 만연화한 시대에는 아날로그 디바이드가 생길 것”이라며 “유튜브나 게임보단 자신만의 엣지(차별화)와 안목자본을 키울 수 있는 직접적인 아날로그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이제 ‘안목 있다’는 말이 최고의 칭찬이 될 것”이라면서 “AI가 무엇이든 쉽게 만들어내는 세상에서 안목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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