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고속철도 日 '신칸센' 개통 [김정한의 역사&오늘]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October 01일, AM 06:00

신칸센 N700系 (출처: MaedaAkihiko, CC BY-SA 4.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4.0>, via Wikimedia Commons)

1964년 10월 1일, 일본 도쿄역 19번 승강장에서 유선형 코를 앞세운 열차 히카리 1호가 경적을 울리며 서서히 미끄러져 나갔다. 최고 시속 210km를 돌파하는 세계 최초의 고속철도 시대를 연 도카이도 신칸센의 첫 운행이었다.

당시 전 세계 교통망의 흐름은 철도에서 항공기와 자동차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었다. 철도는 속도와 수송 효율에서 한계를 드러낸 사양 산업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신칸센 건설 초기에도 막대한 공사비와 기술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일본국유철도는 전용 고속 선로 구축과 표준궤 채택이라는 정면 돌파를 감행하며 철도의 새로운 존재 가치를 입증하고자 했다.

신칸센은 도쿄와 신오사카를 잇는 515.4km 구간을 단 4시간 만에 주파했다. 기존 재래선 특급열차로 6시간 30분 이상 걸리던 이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며 수도권과 간사이권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묶었다. 고속 주행 시 탈선을 막는 공기스프링 대차와 자동 열차 제어 장치(ATC) 등 당대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궤도 위는 연일 기술적 경이로움으로 가득 찼다.

개통의 파급력은 컸다. 도쿄와 오사카를 축으로 하는 태평양 벨트에 물류와 인적 자원이 폭발적으로 집중되면서 고도경제성장의 강력한 엔진이 장착됐다. 개통 9일 뒤 열린 1964 도쿄올림픽과 맞물려 신칸센은 일본의 기술 부흥과 전후 재건 성공을 세계 만방에 과시하는 가장 강력한 상징물로 기능했다.

철도 사양론에 빠져 있던 유럽 각국은 신칸센의 성공에 자극받아 프랑스의 테제베(TGV), 독일의 이체(ICE) 등 독자적인 고속철도 개발에 속속 뛰어들었다. 오늘날 한국의 KTX를 비롯해 대륙을 횡단하는 전 세계 현대 고속철도망의 기원은 1964년 일본 열도를 내달린 신칸센에서 비롯됐다.

신칸센은 교통수단의 개통을 넘어 인류의 시간과 공간 개념을 재정의한 일대 사건이었다. 푸른 선을 두른 열차의 등장은 현대 산업 문명사가 고속화의 새 지평을 향해 거침없이 내달리기 시작한 결정적 분기점이었다.

acenes@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