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 논란의 교훈[기자수첩]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02일, AM 06:01

[이데일리 최희재 기자] 고(故)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로 시끌벅적하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 상영 중단을 요구하는가 하면, 이종배 전 서울시 의원은 허진호 감독 등 제작진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는 등 논란이 갈수록 확산하는 모습이다. 보수 진영에선 “제작진이 흥행을 위해 역사를 왜곡했다”는 비판을 연일 내놓고 있고, 주연 배우 유해진이 모델로 활동 중인 버거킹, 키움증권 광고 영상은 네티즌들의 거센 항의로 댓글 기능이 중단됐다. 그야말로 일파만파다.

영화 '암살자(들)' 스틸(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 '암살자(들)' 스틸(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이 영화는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와 기자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중앙정보부가 사건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장면 등이다. 제작진은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영화 속 가설과 극적 설정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고 있지도 않다”며 “작품을 창작의 산물로만 바라봐달라”고 밝혔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제작진의 말처럼 이 영화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가상의 인물과 상황,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팩션(Faction)이다. 역사적 사건에서 출발했지만, 영화가 하나의 결론을 명확하게 제시하지도 않았다. 누가 사건의 주체인지, 무엇이 진실인지 단정하지 않고 해석의 여지도 뒀다는 점에서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기에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영화계의 심정은 안타깝기만 하다. 한 관계자는 “이미 알려진 사건을 다른 시선에서 바라보고, 기록만으로는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것이 영화가 할 수 있는 역할 아니냐”고 반문했다.

작품에 대한 비판과 역사적 사실에 대한 검증은 창작물에 뒤따르는 당연한 과정이지만, 이로 인해 창작의 영역이 위축돼선 안 된다.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일까지 영화에 맡길 것이 아니라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을 재단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다만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해서 제작진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사건과 실존 인물을 다룬 만큼, 허 감독과 제작진 역시 더 신중하고 세심하게 접근했어야 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표현의 자유와 역사적 사실과의 절충점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사회적 숙의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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