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사데 콘래드서울 식음료부 디렉터는 지난 30일 이탈리안 레스토랑 아트리오(ATRIO)에서 가진 미디어 행사에서 ‘지속가능한 미식’을 이같이 정의했다.
조지 사데 콘래드서울 식음료부 디렉터는 지난 30일 이탈리안 레스토랑 아트리오(ATRIO)에서 가진 미디어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콘래드 서울)
첫 코스인 ‘시트러스 마리네이드 ASC 광어 크루도’는 눈이 먼저 즐거웠다. 얇게 저민 광어 위에 노란 시트러스 소스가 내려앉았고, 오렌지·자몽 과육과 라디시, 올리브, 케이퍼, 딜이 흩어져 있다. 한입 넣으니 새콤달콤한 감귤 향이 먼저 오고, 뒤이어 광어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핑크 페퍼콘의 은은한 향이 따라왔다. 여기에 겯들여진 비건 인증 로제 프로세코 와인을 한모금 마시자 상큼함이 한번 더 입맛을 돋웠다. 평소 간장이나 초장에 찍어먹던 광어회 한조각이 상큼하고 담백하게 변신할수 있단걸 느끼게 해준 색다른 경험이었다.
시트러스 드레싱을 곁들인 ASC광어 크루도와 허브 그린오일.
두 번째 코스는 ‘수비드 케이지프리 에그’다. 저온 조리한 반숙 달걀을 스모크 감자 폼 위에 올리고 파마산 치즈와 헤이즐넛 크럼블을 얹었다. 숟가락으로 가르면 노른자가 감자 폼과 섞여 수프처럼 걸쭉해진다. 훈연향이 은근하게 깔리고, 파마산의 짭짤한 감칠맛과 헤이즐넛의 바삭한 식감이 겹쳐 입이 심심할 틈이 없다. 고소함과 담백함, 감칠맛이 너무 마음에 들어 집에 가져가고 싶은 맛이었다.
이 한그릇에는 케이지프리 에그가 담겨있었다. 닭을 케이지에 가두지 않고 키우는 사육 방식이다. 호텔은 껍데기째 쓰는 달걀뿐 아니라 조리 편의를 위해 쓰는 팩 형태의 액상 달걀까지 케이지프리 제품으로 바꿨다. 특별한 요리 한 접시가 아니라 주방 전체의 기준을 한단계 올렸다는 설명이다.
수비드한 케이지 프리 계란, 부드러운 스모크 감자 폼, 파마산 치즈와 헤이즐넛 크럼브
이날 코스에서 한 접시에 서로 다른 인증이 놓인 이유가 있다. ASC는 지속가능한 양식, MSC는 지속가능한 어획에 주는 인증이다.
콘래드서울 관계자는 “MSC는 바다에서 잡을 때 어린 개체는 놓아주고 한 어종을 지나치게 많이 잡지 않도록 해 생태계를 지키는 인증”이라면서 “이 때문에 공급량이 매번 안정적이기 어렵다. 그럼에도 랍스터 테일은 MSC 인증 제품만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연산과 양식 모두에서 ‘책임 있는 선택’이 가능하다는 것을 한 접시로 보여준 코스다.
MSC랍스터를 올린 수제 ASC새우 라구 페투치네 파스타, 진한 비스큐 버터 소스와 레몬 제스트
디저트는 동물성 재료를 쓰지 않은 비건 밤 토르타다. 가느다란 면발 모양으로 뽑은 밤 크림 아래에 토르타를 놓고, 밤 젤라토와 잣 크럼블, 무화과 콤포트를 곁들였다. 젤라토는 우유 없이도 밤 특유의 고소함과 묵직한 단맛을 냈고, 무화과의 새콤달콤함과 잣의 바삭한 식감이 질리지 않게 균형을 잡았다. 달걀, 치즈, 해산물이 이어진 코스를 가을 밤의 부드러운 단맛으로 마무리했다. 비건이라는 설명이 없었다면 눈치채기 어려운 맛이다.
사과나무 훈연향을 입힌 ASC 연어 롤 스테이크, 부드러운 샐러리악 퓨레와 샤프란 크림 소스
호텔 측에 따르면 광어와 새우, 랍스터, 연어, 전복 등 인증 수산물을 사용하고 있으며, 전체 사용 해산물 가운데 ASC·MSC 인증 제품의 비중은 약 50%다. 콘래드서울은 2021년 국내 호텔·푸드서비스 업계 최초로 MSC CoC 인증을 취득했고 올해 ASC 광어를 도입하며 인증 수산물을 넓혀왔다. 이는 힐튼의 글로벌 지속가능성 전략 ‘트래블 위드 퍼포즈’와도 맞닿아 있다. 인증 식재료를 특별한 행사에만 쓰는 것이 아니라 여러 업장의 메뉴로 이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밤 크림과 젤라토를 올린 VEGAN 밤 토르타, 무화과 콤포트와 잣 크럼블
앞으로의 과제는 소비자들의 인식이다. ASC·MSC 인증 제품이 환경에 좋은 선택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의 관심이 아직 적다는 것이다. 콘래드 호텔 관계자는 “이날 선보인 메뉴에 사용한 재료는 여러 업장에서 쓰이고 일부 요리는 기존 메뉴로도 판매 중이다”면서 “고객 수요가 생긴다면 정식 코스로 선보이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아직 수요가 크지 않다”고 전했다.
사데 디렉터는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것과 더 나은 선택을 하는 것은 서로 다른 이야기가 아니다”며 “콘래드 서울은 식재료의 생산과 조달부터 메뉴 구성, 와인 셀렉션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고민을 이어가며 두 가지가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다이닝 경험을 만들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