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어 한점, 계란 한알의 선택"…콘래드 서울이 선보인 ‘지속가능한 테이블’[희나애락]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03일, AM 06:02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것과 더 나은 선택을 하는 것은 서로 다른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떤 식재료를 선택하는지, 어디에서 어떻게 생산된 재료인지 한 번 더 생각하는 작은 선택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습니다. ”

조지 사데 콘래드서울 식음료부 디렉터는 지난 30일 이탈리안 레스토랑 아트리오(ATRIO)에서 가진 미디어 행사에서 ‘지속가능한 미식’을 이같이 정의했다.

조지 사데 콘래드서울 식음료부 디렉터는 지난 30일 이탈리안 레스토랑 아트리오(ATRIO)에서 가진 미디어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콘래드 서울)
조지 사데 콘래드서울 식음료부 디렉터는 지난 30일 이탈리안 레스토랑 아트리오(ATRIO)에서 가진 미디어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콘래드 서울)
이날 행사에서는 ‘오늘의 한 끼, 내일을 위한 선택’을 주제로 인증 수산물과 케이지프리(Cage-Free) 계란, 식물성 디저트를 한 끼에 담았다. 지속가능성을 채식 같은 특정 식단이 아니라 ‘재료를 어떻게 생산하고 조달하느냐’의 문제로 풀어낸 자리다.

첫 코스인 ‘시트러스 마리네이드 ASC 광어 크루도’는 눈이 먼저 즐거웠다. 얇게 저민 광어 위에 노란 시트러스 소스가 내려앉았고, 오렌지·자몽 과육과 라디시, 올리브, 케이퍼, 딜이 흩어져 있다. 한입 넣으니 새콤달콤한 감귤 향이 먼저 오고, 뒤이어 광어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핑크 페퍼콘의 은은한 향이 따라왔다. 여기에 겯들여진 비건 인증 로제 프로세코 와인을 한모금 마시자 상큼함이 한번 더 입맛을 돋웠다. 평소 간장이나 초장에 찍어먹던 광어회 한조각이 상큼하고 담백하게 변신할수 있단걸 느끼게 해준 색다른 경험이었다.

시트러스 드레싱을 곁들인 ASC광어 크루도와 허브 그린오일.
시트러스 드레싱을 곁들인 ASC광어 크루도와 허브 그린오일.
광어회 한 점에는 ‘조달망을 바꾼 시간’이 담겨 있다. 인증을 받은 양식장이 있어도 유통업체가 CoC(유통 이력 추적) 인증을 갖추지 못하면 ASC 광어를 받을 수 없다. 호텔은 양식장과 유통업체를 직접 찾아다니며 인증을 설득했고 그 기간이 5~6개월 이상 걸렸다. 얼마전 노량진수산시장에 인증 업체가 생기면서 올해 국내 호텔 업계 최초로 ASC 광어를 들였다. 지속가능성이 선언이 아니라 공급망을 하나하나 바꾸는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접시였다.

두 번째 코스는 ‘수비드 케이지프리 에그’다. 저온 조리한 반숙 달걀을 스모크 감자 폼 위에 올리고 파마산 치즈와 헤이즐넛 크럼블을 얹었다. 숟가락으로 가르면 노른자가 감자 폼과 섞여 수프처럼 걸쭉해진다. 훈연향이 은근하게 깔리고, 파마산의 짭짤한 감칠맛과 헤이즐넛의 바삭한 식감이 겹쳐 입이 심심할 틈이 없다. 고소함과 담백함, 감칠맛이 너무 마음에 들어 집에 가져가고 싶은 맛이었다.

이 한그릇에는 케이지프리 에그가 담겨있었다. 닭을 케이지에 가두지 않고 키우는 사육 방식이다. 호텔은 껍데기째 쓰는 달걀뿐 아니라 조리 편의를 위해 쓰는 팩 형태의 액상 달걀까지 케이지프리 제품으로 바꿨다. 특별한 요리 한 접시가 아니라 주방 전체의 기준을 한단계 올렸다는 설명이다.

수비드한 케이지 프리 계란, 부드러운 스모크 감자 폼, 파마산 치즈와 헤이즐넛 크럼브
수비드한 케이지 프리 계란, 부드러운 스모크 감자 폼, 파마산 치즈와 헤이즐넛 크럼브
이번에는 양식과 자연산, 두 인증 요리가 한 접시에 담겼다. MSC랍스터를 올린 수제 ASC새우 라구 페투치네 파스타다. 넓적하게 뽑은 수제 페투치네에 ASC 인증 새우 라구와 진한 비스크 버터 소스를 입히고 그 위에 MSC 인증 랍스터를 올렸다. 소스를 머금은 면 사이사이에서 통통한 새우 살이 씹히고, 담백한 랍스터가 식감의 대비를 만든다. 맛의 밀도는 높았지만 레몬 제스트의 상큼한 끝맛이 무게를 덜어냈다. 겯들여진 레드 와인도 바디감이 무겁지 않고 향긋해 음식과 잘 어우러졌다. 병해에 강한 신품종으로 화학 약제 없이 빚은 프랑스 남부 레드 와인이라고.

이날 코스에서 한 접시에 서로 다른 인증이 놓인 이유가 있다. ASC는 지속가능한 양식, MSC는 지속가능한 어획에 주는 인증이다.

콘래드서울 관계자는 “MSC는 바다에서 잡을 때 어린 개체는 놓아주고 한 어종을 지나치게 많이 잡지 않도록 해 생태계를 지키는 인증”이라면서 “이 때문에 공급량이 매번 안정적이기 어렵다. 그럼에도 랍스터 테일은 MSC 인증 제품만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연산과 양식 모두에서 ‘책임 있는 선택’이 가능하다는 것을 한 접시로 보여준 코스다.

MSC랍스터를 올린 수제 ASC새우 라구 페투치네 파스타, 진한 비스큐 버터 소스와 레몬 제스트
MSC랍스터를 올린 수제 ASC새우 라구 페투치네 파스타, 진한 비스큐 버터 소스와 레몬 제스트
메인은 ASC 인증 노르웨이산 연어 롤 스테이크다. 겉면을 노릇하게 구운 연어 위에 연어알을 올리고 샐러리악 퓨레와 사프란 크림 소스를 곁들였다. 사과나무 훈연향이 과하지 않게 배어 연어의 기름진 맛을 받쳐주고, 샐러리악의 고소한 단맛과 사프란 향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브로콜리니의 쌉싸름함이 느끼함을 눌러 마지막까지 균형을 잡았다. 겯들여진 이탈리아 아마로네의 진한 과실향이 훈연향과 잘 맞았다. 연어 역시 책임 있는 양식 수산물을 선택했다는 의미를 담았다.

디저트는 동물성 재료를 쓰지 않은 비건 밤 토르타다. 가느다란 면발 모양으로 뽑은 밤 크림 아래에 토르타를 놓고, 밤 젤라토와 잣 크럼블, 무화과 콤포트를 곁들였다. 젤라토는 우유 없이도 밤 특유의 고소함과 묵직한 단맛을 냈고, 무화과의 새콤달콤함과 잣의 바삭한 식감이 질리지 않게 균형을 잡았다. 달걀, 치즈, 해산물이 이어진 코스를 가을 밤의 부드러운 단맛으로 마무리했다. 비건이라는 설명이 없었다면 눈치채기 어려운 맛이다.

사과나무 훈연향을 입힌 ASC 연어 롤 스테이크, 부드러운 샐러리악 퓨레와 샤프란 크림 소스
사과나무 훈연향을 입힌 ASC 연어 롤 스테이크, 부드러운 샐러리악 퓨레와 샤프란 크림 소스
사데 디렉터는 “알고 먹으니 다르다고 느끼는 면이 있을 수 있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고객들이 맛의 차이를 얼마나 느끼실 수 있을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인증의 가치는 맛의 우열이 아니라 생산·조달 과정의 책임에서 찾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노르웨이산 연어와 캐나다산 랍스터처럼 국내에서 나지 않는 재료가 많다는 점은 해외 인증 제품을 들여와야 하는 현실도 보여준다. 특히 인증 수산물은 시가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 식재료보다 통상 15~20%가량 비싸다. 공급처도 한정적이다.

호텔 측에 따르면 광어와 새우, 랍스터, 연어, 전복 등 인증 수산물을 사용하고 있으며, 전체 사용 해산물 가운데 ASC·MSC 인증 제품의 비중은 약 50%다. 콘래드서울은 2021년 국내 호텔·푸드서비스 업계 최초로 MSC CoC 인증을 취득했고 올해 ASC 광어를 도입하며 인증 수산물을 넓혀왔다. 이는 힐튼의 글로벌 지속가능성 전략 ‘트래블 위드 퍼포즈’와도 맞닿아 있다. 인증 식재료를 특별한 행사에만 쓰는 것이 아니라 여러 업장의 메뉴로 이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밤 크림과 젤라토를 올린 VEGAN 밤 토르타, 무화과 콤포트와 잣 크럼블
밤 크림과 젤라토를 올린 VEGAN 밤 토르타, 무화과 콤포트와 잣 크럼블
페어링 와인도 같은 방향이었다. 콘래드서울 SUT(숯) 더 붓처스 엣지는 지난해 스타 와인 리스트 ‘올해의 지속가능한 와인 리스트 아시아’ 부문에서 한국 레스토랑 중 유일하게 실버 스타를 받았다. 이날 와인은 모두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골랐다.

앞으로의 과제는 소비자들의 인식이다. ASC·MSC 인증 제품이 환경에 좋은 선택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의 관심이 아직 적다는 것이다. 콘래드 호텔 관계자는 “이날 선보인 메뉴에 사용한 재료는 여러 업장에서 쓰이고 일부 요리는 기존 메뉴로도 판매 중이다”면서 “고객 수요가 생긴다면 정식 코스로 선보이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아직 수요가 크지 않다”고 전했다.

사데 디렉터는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것과 더 나은 선택을 하는 것은 서로 다른 이야기가 아니다”며 “콘래드 서울은 식재료의 생산과 조달부터 메뉴 구성, 와인 셀렉션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고민을 이어가며 두 가지가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다이닝 경험을 만들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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