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왕립 항공사 KLM (출처: KLM and Touring Club do Brasil, 1947,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1919년 10월 7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네덜란드 왕립 항공사 KLM(Koninklijke Luchtvaart Maatschappij)이 공식 발족했다. 오늘날까지 원래 사명을 유지하는 현존 최고(最古)의 항공사다.
설립의 중심에는 네덜란드 비행 장교 출신 청년 사업가 알베르트 플레스만이 있었다. 그는 그해 여름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제1회 항공전시회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대중과 정재계에 민간 항공의 잠재력을 각인시켰다. 빌헬미나 여왕은 정식 출범 전부터 '왕립'(Royal) 칭호를 하사했다. 유력 금융가들과 기업인들이 자본을 대며 국책 사업에 준하는 민간 항공사가 닻을 올렸다.
KLM의 도전은 이듬해 본격화했다. 1920년 5월 17일, 영국인 조종사 제리 쇼가 드 하빌랜드 DH.16 기체를 몰고 런던을 떠나 암스테르담 스키폴에 무사히 내렸다. 승객 단 2명과 런던 타임스 신문 뭉치, 시장에게 보내는 편지를 실은 비행이었다. 인류가 국경을 넘어 정기적으로 하늘을 오가는 상업 항공 시대의 신호탄이었다.
이후 KLM은 대담한 항로 개척에 나섰다. 1924년 암스테르담에서 식민지 인도네시아 바타비아(현 자카르타)까지 55일에 걸친 대륙 간 시험 비행을 완수했다. 1929년에는 이를 정기 노선으로 정착시키며 당시 세계 최장거리 민간 정기 노선을 구축했다. 1934년에는 대서양 횡단 노선까지 성공적으로 개척해 전 세계 대양과 육지를 잇는 국제 항공망의 표준을 세웠다.
KLM의 탄생은 파괴와 살상의 도구였던 항공 기술이 민간 교류와 물류 혁신의 엔진으로 탈바꿈했음을 알린 상징적 사건이었다. 철도와 증기선에 묶여 있던 지리적 한계를 허물고, 오늘날 '일일생활권'으로 불리는 지구촌 시대를 예고한 거대한 전환점이었다.
창립 이후 한 세기가 훌쩍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항공사가 명멸했으나, 파란 기체에 왕관을 얹은 KLM의 날개는 여전히 세계의 하늘을 가르고 있다. 107년 전 작은 사무실에서 싹튼 비행의 꿈은 인류의 시야를 창공으로 넓히며 현대 문명 교류의 지도를 바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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