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훈 '애프터 랜드스케이프' 展 전시전경. (이화익갤러리 제공)
눈앞의 자연을 그대로 옮기는 대신 마음속에 남은 감각과 기억의 덩어리를 캔버스에 응축해 온 하지훈 작가의 개인전 '애프터 랜즈케이프'(after landscape)가 서울 종로구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7일 개막한다.
27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20년 넘게 풍경이라는 주제에 매달려 온 작가가 새롭게 작업한 그림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자리다. 전시의 핵심은 보이는 대상 그 너머에 남는 흔적이다. 작가는 눈으로 본 장소를 똑같이 재현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부터 부산과 대구, 독일 뮌스터 등을 오가며 겪은 잦은 터전 이동은 그에게 시각적 형태보다 당시의 공기, 빛, 소리와 같은 감각을 몸에 새기게 했다.
전시장 벽면을 채운 거대한 형상들은 실재하는 지형이 아니다. 머물렀던 공간이 사라진 뒤 마음속에 맺힌 정서와 잔상을 커다란 덩어리로 빚어낸 회화적 결과물이다.
하지훈, Isle of Tempest #5, 73x73cm, acrylic, oil on canvas, 2026 (이화익갤러리 제공)
작가의 화폭은 껍데기만 남은 이미지를 걷어내고 내면에 스며든 감각을 되살려낸다. 결국 그의 작업은 잊고 지낸 감정을 길어 올려, 바라보는 이마다 자신만의 또 다른 기억을 마주하게 만드는 거울 역할을 해낸다.
특히 첫선을 보이는 연작 '아일 오브 템페스트'(Isle of Tempest)는 이전 작업과 뚜렷한 차이를 드러낸다. 화려한 색채를 과감히 걷어내고 붓 자국을 켜켜이 쌓아 올려 공기의 짙은 무게감과 명암에 집중했다. 영남대 서양화과를 나와 독일 뮌스터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미카엘 반 오펜을 사사한 작가의 조형적 고뇌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갤러리 관계자는 "눈앞의 풍경이 멀어진 뒤에도 곁을 맴도는 기억의 결을 붓질로 붙잡아 둔 자리"라며 "정해진 해석에 갇히지 않고 관람객 각자의 경험을 겹쳐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acenes@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