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진엽 국립현대무용단장 "우리 안무가를 '빅네임'으로 올려주는 게 역할"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07일, PM 03:14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대중적으로 알려진 큰 인물들을 모셔오면 처음엔 관객을 끌어모을 수 있겠죠. 하지만 현대무용이 가진 본질적 질문과 의미를 잘 전달해야 겠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무용 현장에서 부단히 작업하는, 수준 높은 안무가와 무용수들이 국립현대무용단을 통해 ‘빅네임’으로 올라설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차진엽 국립현대무용단 단장 겸 예술감독 (사진=국립현대무용단)
차진엽 국립현대무용단 단장 겸 예술감독 (사진=국립현대무용단)
차진엽 국립현대무용단 단장 겸 예술감독은 7일 오전 서울시 서초구 예술의전당 내 국립예술단체공연연습장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대형 공연장들이 해외 유명 안무가의 작품을 잇달아 들여오는 가운데 국립현대무용단이 관객에게 더욱 직접적으로 다가갈 방안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다.

차 단장은 “관객 수도 중요하지만 좋은 창작자를 발굴하고, 좋은 환경을 만들어 작품을 선보이는 게 국립현대무용단의 할 일”이라며 “제 생각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켜봐 달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수치보다는 현장의 예술가들과 접점을 넓히고 싶다”며 “앞으로 3년간 현대무용의 두께를 두껍게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차 단장은 지난 5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6대 단장 겸 예술감독으로 임명됐다. 임기는 3년이다.

이날 차 단장은 ‘몸으로 시대를 묻고, 춤으로 사람과 세계를 움직인다’를 새 미션으로, ‘함께 가꾸는 창작 공동체’를 비전으로 내걸었다.

예술적 방향으로는 ‘바딩’(BODYING)을 제시했다. 몸을 고정된 개체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계속 변화하는 과정으로 바라보는 관점이다. 이를 한 문장으로 압축한 것이 ‘노바디 무브스 얼론’(No Body Moves Alone), 즉 ‘어떤 몸도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다.

차 단장은 “인공지능(AI)과 기술이 가속하는 시대에 몸은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며 “몸은 단순히 움직임을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생각하고 기억하고 관계 맺고 저항하고 회복하는 존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안무가와 무용수가 충분히 질문하고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신작과 신사업에 대한 계획도 공개했다. 먼저 차 단장은 12월 11~12일 서울 중구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콘솔레이션 홀에서 장소 기반 퍼포먼스 ‘빙빙빙’(BEING BEING 氷)을 선보인다. 사라진 존재들의 부재를 지금의 몸으로 감각하는 작품이다. 차 단장은 “극장을 벗어나는 것뿐 아니라 장소가 가진 역사성, 장소가 품은 의미를 탐구한다”며 “도시가 빠르게 짓고 부수면서 잊히는 장소가 많은데 그런 곳을 발굴해 장소 기반 공연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내년 4월 9~11일에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임기 동안 이어갈 신작 시리즈 ‘몸·균·살’의 첫 작품 ‘아직 마르지 않았다’를 올린다. 무용수들이 콩물로 한지 바닥을 다지는 ‘콩댐’을 반복하며 몸과 바닥이 서로를 변화시키는 과정을 담는다.

창작자를 위한 판도 넓힌다. 내년 6월에는 실패 가능성을 창작의 동력으로 삼는 제작 프로젝트 ‘에러리스트’를 추진한다. 차 단장은 “도전이 실패로 끝나지 않고 완성까지 갈 수 있는 제작 공연을 밀어붙이려 한다”며 “가장 기대되는 사업”이라고 했다. 안무가와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가 함께하는 창작·연구 거점 ‘CTP랩’, 철학·과학·기술의 시선으로 몸을 살피는 담론 프로그램 ‘바딩/바딩’(11월), 지역 청소년이 레퍼토리를 직접 경험하는 ‘몸커먼즈’ 등 지역 협력 사업도 추진한다.

차 단장은 “무용단이 단지 좋은 작품만 제작하고 공연하는 기관에 머물지 않길 바란다”며 “무용단이 그간 쌓아온 역사를 다지고 자산을 축적해 정체성을 공고히 하면서 새 사업도 펼쳐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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