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제 셰프
요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는 부라타 치즈 메뉴가 빠지지 않는다. 시원하고 깔끔하면서 농축된 생치즈의 풍미가 인기의 비결이다. 대부분 냉동제품으로 24시간 정도 천천히 해동하면 유청 속에 보관된 치즈가 모습을 드러낸다.
꾸덕꾸덕한 그릭요거트를 사려면 많은 제품 사이에서 선택이 힘들 정도다. 장 건강에는 물론 든든한 식사 대용으로 좋아 소비층이 넓어졌다. 마시던 요구르트에서 떠먹는 시대로 가더니 이제는 더 눅진한 맛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농축된 유제품 수요 늘어
진한 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원유의 질을 높일 게임체인저가 등장했다. 기존 우유를 공급하던 일반 젖소 대신 해외에서 물소를 들여오기 시작했다. 물소 젖은 단백질과 지방 함량이 높아 치즈나 요구르트를 만들기에 적합하다고 한다. 대신 우유의 산출량은 젖소보다 적다. 양보다 질을 추구하는 유제품 시장의 변화를 보여준다.
부라타 치즈. (마켓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프리미엄급 이탈리아의 부라타 치즈도 잘 관리된 물소 우유로 만든다. 부라타 치즈의 원재료인 모차렐라 치즈는 원산지 명칭 보호(DOC)에 따라 모두 특정 지역의 물소 우유를 사용한다. 어떤 부라타 치즈는 젖소 우유를 사용하기도 한다.
튀르키예의 카이막은 물소 우유를 끓여 표면에 생기는 두툼한 단백질과 지방이 엉기는 성질을 이용해서 만든다. 인도에서는 계피, 카다몸, 생강에 찻잎을 넣은 물소 우유로 끓여낸다. 우유를 끓이면서 거품으로 넘치기 직전까지 가는데, 이 과정을 반복하면 좀 더 진한 밀크티가 된다.
미식의 반열에 오른 물소 우유
진한 풍미 대신 여러 가지 이유로 저지방 우유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예전 제주도에서 일할 때 지역 목장과 협업을 했다. 넓은 목장에 방목해 키우는 곳으로 유기농 제품을 생산하는 곳이다.
맛이 깔끔해 이미 밀크티로는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음식에도 활용하는 것이 것이 과제였다. 내가 일한 주방에서는 이 우유를 파스타나 브런치 메뉴로 개발했다. 처음엔 리코타 치즈를 만들고 그 치즈를 이용해서 브런치 메뉴를 만들었다. 디저트로 푸딩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삼양목장의 드넓은 초지에서 젖소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뉴스1DB) © 뉴스1 권혜민 기자
음료로 저지방 우유의 장점도 있어
목장과 직거래하는 우유에 대한 설렘도 잠시였다. 저지방 우유로 지방 함유량이 적어 생크림을 추가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후 목장에서 만든 다양한 시제품을 테스트해 보기도 했고 가끔 목장과 카페를 방문해 실무자의 의견도 들었다. 이때 알게 된 것은 원유를 제공하는 목장은 여러 곳이며 이런 차이를 극복하는 생산 노하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부라타 치즈를 만드는 이탈리아 장인의 인터뷰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었다. 매번 우유의 질이 다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감각으로 온도를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우유를 변화 가능한 자연의 산물로 보는 것이다.
매일 변하는 원유에 맞춰 작업하는 노하우가 중요
이번에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물소는 이탈리아의 물소라고 한다. 기후와 자연 상태가 다르니 사육 조건에 따라 많은 시행착오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추위에 약한 물소를 위한 사육시설도 보강이 필요하다고 한다.
예전에는 한 컵의 우유를 마셨다면 이제 한 잔의 우유에서 나오는 한 스푼의 요구르트나 치즈를 소비하는 시대가 됐다. 적게 먹어도 영양이 풍부한 식품의 시대가 된 것이다. 물소 우유가 우리 먹거리에 보여주는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또 농축으로 인해 버려지는 것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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