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시인 앤 카슨(76·Anne Carson)이 202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2013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앨리스 먼로(95)에 이어 13년 만의 두 번째 캐나다인 수상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8일 오후(한국 시각) 202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캐나다 출신 고전문헌학자이자 시인인 앤 카슨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한림원은 "고전적 전통과의 유희적 대화를 통해 현대 문학의 새로운 형식을 창조해 낸 대담하고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기려 노벨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앤 카슨은 1950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났다. 고전문헌학자이자 번역가, 비교문학 교수, 그리고 시인으로서 독보적인 문학적 궤적을 그려왔다. 토론토 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 박사 학위를 마친 그는 1979년부터 맥길 대학교, 프린스턴 대학교, 미시간 대학교 등 북미 유수 대학 강단에서 고전문학과 비교문학, 문예창작을 강의하며 학문과 창작의 끈을 놓지 않았다.
카슨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은 '탈경계'와 '융합'이다. 그는 아이스킬로스, 사포, 소포클레스, 호메로스 등 고대 그리스·로틴 문학의 고전을 현대적인 언어로 번역하고 재해석하는 동시에, 에밀리 브론테, 파울 첼란, 버지니아 울프 등 근현대 사상가와 작가들의 목소리를 작품 속에 유기적으로 엮어냈다. 시와 수필, 비평과 희곡, 소설과 논픽션의 구분을 무너뜨리는 그의 독창적 양식은 문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왔다.
대표작으로는 '빨강의 자서전'(Autobiography of Red), '남편의 아름다움'(The Beauty of the Husband), '녹스'(Nox) 등이 있다. 국내에는 '빨강의 자서전', '에로스, 달콤씁쓸한', '남편의 아름다움', '녹스', '플레인워터', '플로트', '레드 닥', '우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 '짧은 이야기들' 등의 작품이 소개돼 있다.
그의 대표작이자 첫 비평서인 '달콤씁쓸한 에로스'(1986)는 고대 서정시인 사포의 시어를 빌려 고통과 쾌락이 공존하는 욕망의 본질을 탁월하게 해체하며 고전문학계와 시단을 동시에 놀라게 했다.
카슨은 일찍이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후보에 세 차례 오른 것을 비롯해 T. S. 엘리엇상(여성 최초 수상), 두 차례의 그리핀 시 문학상, 아스투리아스 공주상, PEN/나보코프상, 맥아더 펠로우십 등 영미권의 주요 문학상을 휩쓸었다. 2005년에는 캐나다 훈장을 수훈하며 자국을 대표하는 거장으로 공인받았다. 평단으로부터는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시를 쓰는 진정한 시인"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