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 스승' 손민수 “이번엔 제 스승께 바흐를 헌정합니다”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09일, AM 12:56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녹음이 한 음 한 음의 가장 깊은 곳까지 들어가는 탐험의 과정이었다면, 연주는 관객과 연주자가 단 한 번뿐인 시간을 함께 나누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그날의 연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 남긴 의미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질문을 이어가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피아니스트 손민수(사진=목프로덕션).
피아니스트 손민수(사진=목프로덕션).
‘임윤찬의 스승’으로 잘 알려진 피아니스트 손민수(50)가 이번엔 오롯이 연주자로서 대중 앞에 선다. 그가 선택한 작품은 ‘피아노 음악의 구약성서’로 불리는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1권이다. 24개 조성에 따라 전주곡과 푸가를 엮은 작품으로, 바흐 음악의 정수가 담겨 있다.

8일 서울 용산구 사운즈S에서 열린 음반 발매 및 월드투어 기자간담회에서 손민수는 “우리는 점점 더 빠른 선택을 강요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며 “이런 시대에 바흐의 음악은 잠시 속도를 늦추고 더 깊은 무언가와 다시 연결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고 말했다.

손민수는 지난 2일 영국의 클래식 명가 하이페리온과 전속 계약을 맺은 뒤 첫 음반을 발매했다. 2020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집을 발매하고 2024년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리사이틀을 선보인 데 이어 다시 한번 바흐의 음악 세계를 깊이 탐구했다.

이번 음반에는 스승 러셀 셔먼과의 특별한 인연이 담겼다. 셔먼은 생전 바흐의 평균율을 인간 정신이 이룰 수 있는 최고의 표현으로 여겼지만 정작 녹음으로 남기지는 못했다. 손민수는 “학생 시절 선생님이 ‘언젠가 평균율을 녹음해야 하는데 너희를 가르치느라 시간이 없다’고 농담처럼 말씀하시곤 했다”고 회상했다.

스승이 세상을 떠난 뒤 손민수는 셔먼의 아내이자 또 다른 스승인 변화경 교수에게서 셔먼이 평생 공부하며 손때를 묻힌 평균율 악보 두 권을 건네받았다. 악보 곳곳에는 스승이 고민한 운지법과 메모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손민수는 “선생님이 남긴 자취를 하나씩 보면서 깊은 영감을 얻었고 감격스러웠다”며 “마치 옛날로 돌아가 다시 선생님께 레슨을 받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음반을 스승에게 헌정한 이유다.

바흐와 베토벤은 손민수의 음악 인생을 관통하는 작곡가들이다. 2008년 심각한 손 부상으로 오랜 시간 연주에 어려움을 겪었을 때도 그를 다시 피아노 앞으로 이끈 것은 두 작곡가의 음악이었다. 오른손 부상에 이어 왼손까지 수술을 받으며 연주자로서 위기를 맞았던 그는 “하루하루가 서바이벌 모드였다”며 “베토벤 소나타를 연주하는 시간은 잃어버렸던 손을 다시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돌아봤다.

스승에게서 이어받은 바흐의 가르침은 제자 임윤찬에게로 이어졌다. 올해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을 발매한 임윤찬은 손민수에게 “바흐는 우리의 가장 위대한 선조이자 근원”이라는 가르침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러셀 셔먼에서 손민수, 임윤찬으로 이어지는 3대에 걸친 음악적 인연이다. 손민수는 “가르친다는 것은 학생과 함께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오히려 제가 더 많이 배우는 시간”이라고 웃어 보였다.

손민수는 이번 음반 발매를 기념해 국내외 20여 차례 월드투어에 나선다. 오는 16일 서울 신영체임버홀을 시작으로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하며 대만과 싱가포르, 미국 뉴욕 카네기홀 등에서도 바흐의 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다.

피아니스트 손민수(사진=목프로덕션).
피아니스트 손민수(사진=목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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