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박·알잘딱깔센'…신조어의 두 얼굴, '한글 훼손' vs '빠른 소통'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October 09일, AM 07:00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하루 앞둔 8일 서울 종로구 광과문광장에서 한 시민이 세종대왕 동상을 스마트폰에 담고 있다. 올해는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580돌이며, 한글날 제정 100주년이다. 2026.10.8 © 뉴스1 박지혜 기자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점메추'(점심 메뉴 추천), '캘박'(캘린더 박제).

짧고 재치 있게 뜻을 전달하는 신조어가 일상 언어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소통의 '효율'과 '재미'를 주는 반면 세대 간 단절을 부르고, 자음 축약과 소리 나는 대로 적는 표기가 맞춤법을 무너뜨린다는 우려도 나온다. 소통의 윤활유이자 세대 단절과 맞춤법 혼선을 낳는, 신조어의 두 얼굴이다.

9일 한글날을 앞두고 리서치 기업 피앰아이(PMI)와 엘림넷 나우앤서베이가 각각 발표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신조어의 사용 빈도와 이해도에서 세대 간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피앰아이가 전국 만 20~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신조어를 '자주 사용한다'는 응답은 20대가 34.0%에 달한 반면 50대는 7.5%에 불과해 약 4.5배의 차이를 보였다. 30대는 21.3%, 40대는 11.1%로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사용 빈도는 급격히 떨어졌다.

신조어를 쓰는 가장 큰 이유로는 '짧고 빠르게 표현할 수 있어서'(42.9%)가 꼽혔다. 이어 '주변 사람들이 많이 써서 자연스럽게'(29.0%), '재미있고 대화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어서'(21.8%), '친구와 더 친밀하게 소통할 수 있어서'(21.1%) 순이었다.

윤석진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뉴스1에 "신조어는 일종의 세대별 문화어에 가깝다"며 "특정 세대만의 유대감과 동질감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라고 말했다.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하루 앞둔 8일 서울 종로구 세종이야기 전시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한글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올해는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580돌이며, 한글날 제정 100주년이다. 2026.10.8 © 뉴스1 박지혜 기자

"신조어, 일상 속 소통 단절 심화시킬 수 있어"
이해도의 세대 간 양극화는 엘림넷 나우앤서베이 조사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만 19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대표 신조어 20개의 뜻을 아는지 물은 결과, 20대 이하는 평균 14.6개의 뜻을 알고 있었지만 60대 이상은 4.5개에 그쳤다.

특히 '점메추'의 경우 20대 이하 인지율은 80.2%에 달했으나 60대 이상은 6.6%에 불과해 무려 73.6%포인트(p)의 격차를 보였다. '억텐'(억지 텐션·70.9%p), '알잘딱깔센'(69.9%p), '럭키비키'(긍정적 사고·67.3%p), '오운완'(65.0%p) 역시 세대 간 인식차가 컸다. 다만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제품·75.0%)처럼 방송·대중 매체에 자주 노출된 어휘는 전 연령대에서 과반의 인지율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언어적 간극은 일상 속 소통의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윤석진 교수는 "언어는 기본적으로 의사소통을 전제로 하는데, 신조어는 세대 간 언어장벽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방민호 서울대 국어국문과 교수도 "신조어는 새로운 표현을 발견하는 재미가 크다"면서도 "세대 간의 소통을 가로막는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윗세대에 고립감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짚었다.

그렇다고 신조어를 마냥 밀어낼 수만은 없다. 대중의 시선 역시 무조건적인 거부보다는 '분별 있는 절제'에 무게가 실렸다. 나우앤서베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54.3%는 신조어 사용에 대해 '재미있지만, 지나친 사용은 자제해야 한다'고 답했다. 시대의 언어를 즐기되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장의 말처럼 "한글 창제의 '소통과 배려'라는 본래 정신을 잊지 않는 균형감"이 필요한 때다.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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