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시인 겸 고전문헌학자인 앤 카슨(76·Anne Carson)이 202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국내에 번역·출간된 그의 작품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한국어로 소개된 카슨의 저서는 '빨강의 자서전', '플로트', '남편의 아름다움' 등 총 9권이다.
대표작 '빨강의 자서전'(1998)은 그리스 신화 속 영웅 헤라클레스와 빨강 괴물 게리온 이야기를 상상력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한림원은 "고전문학 전통을 현대에 되살려내는 그의 탁월한 역량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평했다.
카슨에 앞서 캐나다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앨리스 먼로도 이 책을 높이 평가했다. 먼로는 "놀랍다, 몇 년간 이렇게까지 나를 흔들어놓은 글은 없었다"고 극찬했다. 미국 출간 당시 전미비평가협회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뉴욕타임스(NYT) '올해의 주목할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카슨에게 국제적으로 큰 명성을 안긴 작품이다.
'녹스'(봄날의책 제공)
'녹스'도 주요 작품으로 꼽힌다. 1978년부터 2000년까지 22년 동안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한 채 헤어져 지냈던 오빠 마이클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쓴 작품이다. 한림원은 "문학적이면서도 조각 예술에 가까운 독창적인 창작물"이라며 "오빠에게 바치는 사진, 편지, 여러 글 조각들이 아코디언처럼 병풍 형태로 접힌 채 상자에 담긴 묘비명 형태의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출간 당시 문학계의 추천사가 잇따랐다. 2024년 노벨문학상 수장자인 소설가 한강은 "밤을 들여다보는 책이 왜 이렇게 눈부신 걸까? 사무치게 진실한 것은 어둠을 꿰뚫는 빛이 되고 마는 것일까?"라고 적었고, 문학평론가 오혜진은 "내게 불가해한 상실을 나만의 방식으로 번역해 간직해도 된다며 건네진 작은 등불"이라고 썼다.
카슨에게 여성 최초로 T. S. 엘리엇 상을 안긴 '남편의 아름다움'도 빼놓을 수 없다. 화자인 '아내'가 어린 시절 한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한 뒤 배신과 이혼을 겪는 과정을 담았다. 영국 낭만주의 시인 존 키츠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이 책은 29장으로 구성되며, 각 장의 서두에는 키츠의 시와 메모, 편지 등에서 인용한 글이 놓인다. 키츠의 시구와 한 여성의 고통스러운 결혼 생활을 병치해 사랑과 배신, 아름다움의 의미를 탐구한다.
카슨의 국내 번역작 가운데 '에로스, 달콤씁쓸한'을 비롯해 '플레인워터', '짧은 이야기들',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 등 4권은 모두 난다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난다 대표인 김민정 시인은 뉴스1에 "저도 글 쓰는 사람이라 옛날부터 앤 카슨을 좋아했고, 13~14년 전부터 카슨의 작품을 내려고 많이 노력했다"며 "쉬운 작가는 아니지만 끊임없이 자기 글쓰기를 꿈틀꿈틀 보여주려는 모습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jsy@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