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 뿜어낸 물질이 움직인 인류의 역사"…11가지 식물·균류 탐색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October 09일, AM 08:30

'초록마법' (지오북 제공)

식물이 험난한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낸 화학물질이 인간의 역사와 문화를 어떻게 뒤흔들었는지 파헤친 흥미로운 교양서가 나왔다. 저자는 화학생태학 연구자인 박상규다.

이 책은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이 동물이나 병균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뿜어낸 독성 물질이 인간에게는 약과 독, 마술과 환각으로 받아들여진 과정을 입체적으로 추적한다. 옛이야기 속 마녀가 빗자루를 타고 날아오르는 환상을 보거나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들이켜고 세상을 떠난 배경에는 모두 식물이 생존을 위해 진화시킨 특별한 화학 성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책은 벨라도나, 사리풀, 맨드레이크, 겨우살이, 양귀비, 대마, 헴록, 마황, 장미를 비롯해 광대버섯과 맥각까지 총 11가지의 식물과 균류를 돋보기로 들여다본다. 과학 원리를 몰랐던 옛사람들은 신경계를 자극해 잠에 빠지게 하거나 황홀경을 일으키는 식물의 힘을 신의 저주나 신비로운 마술로 여겼다. 하지만 이 모든 현상은 곤충을 유혹하거나 적을 물리치려던 풀과 나무의 필사적인 방어 전략이었을 뿐이다.

저자는 딱딱한 과학 지식에 갇히지 않고 마라톤을 뛰며 겪은 몽롱한 쾌감, 미국 유학 시절 마주한 축제 일화, 영화와 음악에 얽힌 고전을 솜씨 좋게 버무렸다. 각 장마다 핵심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는 생각 지도를 함께 실어 복잡한 과학과 인문학의 연결고리를 누구나 알기 쉽게 풀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식물을 그저 인간의 눈요기나 먹거리로만 보지 않게 된다. 초록 생명체들이 뿜어낸 보이지 않는 분자가 인류 문명을 어떻게 조종했는지 짚어낸 이 책은 생명을 바라보는 독자의 눈을 한 단계 넓혀준다.

△ 초록마법/ 박상규 글/ 248쪽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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