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자벨 위페르 © 뉴스1
"한강의 텍스트는 너무 강렬해서 장소가 어디든 그 힘을 잃지 않고 관객에게 다가가는 것 같아요." 프랑스 국민 배우 이자벨 위페르(73)는 소설가 한강의 문장이 지닌 힘은 국경을 초월해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에서는 낭독극 '새' 공연 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줄리 델리케 연출, 이자벨 위페르, 이혜영이 참석했다. 이번 공연은 오는 25일까지 열리는 제26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의 해외 초청작 중 하나다.
'새'는 제주 4·3의 비극을 다룬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중 제1장 '새'를 무대화한 작품이다. 이자벨 위페르가 '경하'를, 이혜영이 '인선'을 맡아 각각 프랑스어와 한국어로 텍스트를 낭독한다. 위페르가 낭독할 땐 무대 위 스크린에 한국어와 영어 자막이, 이혜영이 읊을 때는 프랑스어와 영어 자막이 흐른다.
지난 7월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첫선을 보인 이 작품은 현지 관객들의 기립박수와 외신의 호평을 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한국에서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0석 아비뇽 야외서 500석 한국 극장으로
아비뇽 야외무대의 약 2000석 규모와 달리, 한국 공연은 500여 석의 실내 극장에서 관객과 마주한다. 공간의 변화에 대해 위페르는 "실내 무대이다 보니 서로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며 "야외에서는 바람이나 자연의 요소가 함께했다면, 이곳(메리홀 대극장)에서는 관객과 더 긴밀한 관계가 형성되고, 경하와 인선의 짙은 친밀함이 객석에 더 잘 전달되는 것 같다"고 했다.
낭독극과 일반 연극의 연기 방식에 차이가 있는지 묻자, 위페르는 '암기'를 꼽았다. "일반 연극에서는 배우들이 모든 대사를 외워야 하지만, 낭독극에서는 암기력에 의존하지 않는다"며 "낭독극을 하다 보니 오히려 연극적 퍼포먼스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더라"고 답했다.
이혜영은 "낭독극은 처음 해봤다"며 "관객이 있고 배우가 그 현장에 맞게 새로운 기분으로 무언가를 한다는 점에서 연극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너무 재미있어서 언제 또 이런 작품을 경험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배우 이혜영 © 뉴스1
"4·3은 모두의 역사"…한강 빈자리엔 15세 소녀
제주 4·3이라는 한국의 비극적 역사를 전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위페르는 "이 역사는 우리 모두의 역사이며 보편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하나의 민족이나 나라에 국한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보편적인 진리를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아비뇽 무대에서는 결말부에 한강 작가가 깜짝 등장해 낭독에 참여했지만, 이번 한국 공연에는 출연하지 않는다. 10일 공연에서는 15세 소녀가 한강이 맡았던 마지막 낭독을 대신했다.
이에 대해 줄리 델리케 연출은 "이혜영 배우와 대화하면서 제주 4·3이 교과서에 실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유럽에서도 수십 년간 묻혀 있다가 한참 뒤에야 세상에 알려지는 역사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강 작가 대신 미래를 살아갈 젊은 세대가 이 텍스트를 낭독하고 역사를 알아가도록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낭독극 '새'는 11일 오후 5시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한편 지난 8일 개막한 제26회 SPAF는 세계 무대의 화제작과 국내 창작자들의 실험적인 신작을 소개하는 축제다. 예술경영지원센터와 국립중앙극장이 주최하며, 대학로극장 쿼드 등 서울 주요 공연장에서 오는 25일까지 열린다.
jsy@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