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현대를 사지 못해서' 표지/뉴스1
윤보인의 소설집 '압구정 현대를 사지 못해서'는 재개발과 경매, 갭투자, 전세사기, 상속 등 부동산을 둘러싼 욕망을 10편의 단편으로 풀어낸 책이다.
등장인물들은 시장 밖에서 피해를 입는 사람만이 아니다. 경매 수업을 듣고 임장을 다니거나 갭투자로 아파트를 모으고 출소 뒤 다시 재개발 구역을 기웃거리는 '플레이어'들이 중심에 선다.
이들은 파산과 횡령, 도박과 사기, 금리 상승과 경매 패찰을 겪고도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돌아간다. 실패 뒤에도 새로운 물건을 찾고 등기부등본을 펼치는 생존 감각이 반복된다.
표제작을 비롯해 '부동산은 끝났다는 그 말-동부이촌동', '한남 3구역', '아름다운 건축물이 아니어도' 등이 실렸다. 서울의 주거지와 투자 현장이 각각 다른 욕망의 무대가 된다.
작가는 시장 구조를 장황하게 설명하기보다 욕망이 드러나는 순간을 빠르게 포착한다. 롤스로이스를 바라보는 눈빛과 패찰 뒤의 술 한잔, 화장실에서 새 경매 물건을 확인하는 손길 같은 장면이 이어진다.
건조하고 직설적인 문장과 짧게 이어지는 장면은 열 편을 스냅사진처럼 연결한다. 금리 인상과 갭투자, 전세사기 등 동시대 부동산 시장의 언어도 그대로 작품에 들어온다.
윤보인은 인물의 투기 욕망을 직접 단죄하거나 동정하기보다 그들이 스스로 세운 셈법과 논리를 따라간다. 욕망과 체념, 재기의 의지가 한 인물 안에 동시에 존재한다.
작가는 '누군가 떠밀지 않아도 인생은 계속된다'고 썼다. 도달하기 어려운 부동산을 바라보면서도 시장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본주의 욕망과 생존의 경계를 묻는다.
△ '압구정 현대를 사지 못해서'/ 윤보인 지음/ 4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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