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그리운 국민배우"…특별전 '영화와 현대미술-안성기를 기리며' 개막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October 12일, PM 12:37

특별전 '영화와 현대미술-안성기를 기리며' 포스터 (뮤지엄 원 제공)

국민배우 고(故) 안성기의 삶과 흔적을 동시대 미술의 시선으로 되짚어보는 특별전 '영화와 현대미술-안성기를 기리며'가 부산 해운대구 뮤지엄 원에서 6일 막을 올렸다. 이번 행사는 12월 27일까지 이어지며, 대중에게 깊은 울림을 준 고인의 발자취를 다채로운 예술 언어로 풀어낸다.

안성기는 1957년 영화 '황혼열차'에 아역 배우로 데뷔한 이래 성인이 된 뒤에도 '바람 불어 좋은 날', '고래사냥', '라디오스타'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한국 현대사회의 변화와 시대적 풍경을 온몸으로 담아내며 명실상부한 국민배우로 자리 잡았다.

올해 초 세상과 작별한 그를 기리기 위해 구본창, 김수철, 차민영 등 국내 작가 10명이 뜻을 모았다. 참여 작가들은 회화, 조각, 설치, 사운드, 미디어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고인이 남긴 집단적 기억과 시각문화를 새롭게 탐색한다.

차민영-'Sharing the Breath: 코스믹 시그널' (뮤지엄 원 제공)

서진석 부산시립미술관 관장은 "안성기를 매개로 한국 영화사의 단면을 살피고 영화와 사회, 기억과 이미지를 새롭게 사유하는 융합형 전시"라며 "고인의 필모그래피와 삶은 곧 한국 사회의 문화적 풍경과 영상 매체의 변천사 그 자체이며, 압축 성장의 시대를 거치며 형성된 한국의 시각문화와 집단적 기억을 현대미술의 다양한 매체로 확장해 보려는 시도"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시장 곳곳에는 고인과 특별한 인연을 지닌 예술가들의 깊은 손길이 묻어난다. 사진작가 구본창은 과거에 직접 촬영했던 안성기의 스틸사진 중 엄선한 베스트컷들을 초대형 모니터를 통해 선보인다.

영화 '고래사냥'에서 호흡을 맞췄던 가수 김수철은 직접 만든 사운드와 자신이 그린 그림을 결합해 공감각적인 작품을 완성했다.

설치미술가 차민영 (뮤지엄 원 제공)

설치미술가 차민영의 작품은 고인이 생전에 사용하던 여행가방을 매개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가방은 수많은 촬영 현장을 누비던 청년 안성기의 여정을 담은 역사의 산물인 동시에, 투병 시절 마지막 짐을 꾸렸던 물건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 유품을 우주적 상상력과 결합해 상실의 아픔을 새로운 생명력으로 바꾸어 놓았다.

특히 그의 작품 '코스믹 시그널'은 가방과 인공지능(AI)을 연결해 존재의 흔적을 우주적 시간으로 엮어낸다. 생전의 호흡 데이터를 바탕으로 재현된 청년기와 중장년기의 AI 클론이 가방 안에서 실시간으로 숨을 쉰다. 관람객이 그 클론과 함께 숨을 나누면 화면 속 배우의 초상이 관람자의 얼굴로 서서히 변이된다. 이를 통해 단순한 관람을 넘어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교감을 경험하게 된다.

차민영은 "고인을 단순히 회고하는 데 머물지 않고 오롯이 그의 다음 여정에 집중하고 싶었다"며 "아픔이 담겼던 여행가방이 이제는 우주적 차원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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