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운 길을 함께 건너는 노래… 김이박의 ‘서천꽃밭’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12일, PM 02:14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김이박의 개인전 ‘서천꽃밭’이 10월 24일까지 서울 서초구 옵스큐라 양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한 언덕에 얽힌 이야기와 상여소리, 꽃상여를 통해 돌봄과 상실, 믿음과 두려움의 의미를 살펴본다.

김이박 개인전
김이박 개인전
이야기 속 언덕의 이름은 ‘써언덕모티’다. 김수정 기획자의 어머니가 들려준 경험담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로, 김이박의 과거 전시에서도 다뤄졌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야기를 담은 텍스트와 상여소리를 결합해 선보인다. 작가는 전시를 여는 글에서 그 의미를 ‘두려운 곳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노래하며 통과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전시의 중심에는 꽃상여가 있다. 작가는 수집한 무속적 종이꽃과 여러 사물, 기억과 이야기를 엮어 자신만의 상여를 만든다. 전통적인 형태를 그대로 따르기보다 서로 다른 기원과 바람을 한자리에 모은다. 작가에게 꽃상여는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건너가는 장치이자, 그 사이에 놓인 정원이다.

김지연 미술비평가는 전시 평론 ‘믿음의 표면 아래’에서 상여를 함께 짊어지는 행위에 주목한다. 누군가의 떠남을 막을 수는 없지만, 사람들은 상여를 꽃으로 꾸미고 함께 걸으며 슬픔을 나눈다.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여럿이 함께할 수 있는 일로 바꾸는 것이다. 언덕을 넘던 아이들의 노래와 꽃상여는 이러한 지점에서 만난다.

전시 제목인 ‘서천꽃밭’은 제주 설화 ‘이공본풀이’에서 비롯된다. 김지연은 설화 속 서천꽃밭에 사람을 살리는 꽃뿐 아니라 울리고 싸우게 하며 죽게 하는 꽃도 자란다고 설명한다. 아름다운 꽃밭 안에 위로와 두려움이 함께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시선은 김이박이 이어온 작업과도 연결된다. 작가는 사람들이 가져온 병든 식물을 돌보며 식물에 얽힌 생활과 사연을 들여다봤고, 경조사 화환의 리본에 적힌 축복과 위로의 말도 작업으로 옮겼다. 누군가를 돌보고 안녕을 비는 마음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살펴온 것이다.

이번 전시의 회화 ‘바라춤’에는 작가의 개인적인 기억이 담겼다. 작가가 중환자실에서 의식을 되찾던 날, 어머니는 절에서 바라춤을 보며 아들이 깨어날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작품은 당시의 기억과 작가가 섬망 속에서 보았던 이미지를 함께 담아낸다.

‘서천꽃밭’은 믿음이 모든 불안을 없애준다고 말하지 않는다. 돌봄에는 걱정과 집착이 따를 수 있고, 희망을 품으면서도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전시는 이러한 감정이 공존하는 삶을 바라보며, 확실한 답이 없어도 누군가의 손을 잡고 노래하며 안녕을 빌고 다음 순간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전시는 10월 24일까지 옵스큐라 양재에서 진행된다. 관람 시간은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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