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고 있지 않았던 장면들' 표지/뉴스1
'우리가 보고 있지 않았던 장면들'은 임솔아가 세 편의 소설과 에세이로 '정상'의 선 바깥에 선 인물들과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담은 소설집이다.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 37번째 책으로 나왔다.
수록작은 '금빛 베드 러너', '도희의 한 시간', '쉴 곳'과 에세이 '내가 보고 있지 않았던 장면들'이다. 전청림 문학평론가의 해설 '회전하는 극장'도 실었다.
세 소설의 인물들은 서로 다른 상황에서 과거를 떠올리고 타인과 관계를 맺는다. 지윤·도희·민영은 각자의 방식으로 부탁하고 요청하며 상대와 세상을 알아가려 한다.
에세이에서 임솔아는 "당신이 보고 있는 장면은 현실인가. 아니면 꿈인가. 아니면 기억인가"라고 썼다. 이어 어떤 장면을 보고 있는지, 어떤 장면을 보고 있지 않은지 묻는다.
◇ 엄마와 서울을 찾은 지윤
'금빛 베드 러너'의 지윤은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엄마와 서울 여행을 떠난다. 여행 중 엄마가 기침하자 지윤은 대형 쇼핑몰에서 엄마에게 잘 듣는다고 믿는 약을 찾는다.
지윤에게는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과 검사자의 말, "지윤아, 웃어야지"라고 하던 엄마의 목소리가 겹쳐진다. 병명을 듣고 자신이 명명된 느낌에 안도하는 마음도 함께 놓인다.
약을 구하지 못한 지윤은 숙소로 돌아가 추워하는 엄마에게 옷과 베드 러너를 두르게 한 뒤 함께 식사한다. 두 사람은 어릴 적 살던 집의 도어 벨을 이야기하며 감정적 교감을 나눈다.
재검사 제안은 지윤에게 자폐스펙트럼의 범주로 들어가거나 거부할 수 있는 선택지로 받아들여진다. 엄마와 저녁을 먹으며 지윤은 엄마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돌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낀다.
'우리가 보고 있지 않았던 장면들' /뉴스1
◇ 기차에서 되짚는 도희의 기억
'도희의 한 시간'의 도희는 기차에서 자기 자리에서 자고 있는 이를 깨우지 않고 노수녀 옆에 앉는다. 가족과 기차를 탔던 경험과 엄마와 단둘이 기차를 타며 느낀 두려움, 서울을 방황하던 기억을 돌이킨다.
도희는 자신을 데리고 집을 나왔던 엄마가 더 갈 곳이 없어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기차를 갈아타야 한다는 것을 늦게 알고 내렸으나 다시 객실로 돌아온 노수녀와, 내일 날짜의 티켓을 가진 도희의 모습도 이어진다.
도희는 엄마에게 대전에서 정동진으로 가는 기차는 없는데 어디서 갈아탔는지 묻는다. 엄마가 그때 일을 기억하느냐고 되묻자 도희는 기억한다고 답한다.
노수녀는 도희의 편지에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쓰면서도 도희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답한다. 도희의 꿈에는 그 말이 다시 나타난다.
◇'쉴 곳'에서 만나는 민영과 정화
'쉴 곳'의 민영은 회사에서 불합리한 일을 겪은 뒤 사람들과 마주하면 몸이 떨린다. 나이 차이가 큰 오빠 부부의 집을 찾은 민영은 부부의 다툼을 사소한 투닥임으로 느끼며 안도한다.
민영은 오빠 민기의 코뼈가 넘어져 부러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부순 것이라는 말을 새언니 정화에게 듣는다. 자신과 같은 마음을 다른 행동으로 드러낸 오빠에게 두려움과 동질감을 동시에 느낀다.
민영은 정화에게 운전을 권하고, 정화는 운전대를 잡는다. 차가 크게 휘청이고 정화의 손이 떨리자 민영은 손을 포개며 "걱정 마. 아무렇지도 않아"라고 말한다.
임솔아는 소설집 '눈과 사람과 눈사람',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와 장편소설 '최선의 삶',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등을 썼다. 2026년 현대문학상, 2022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2020년 문지문학상 등을 받았다.
△ '우리가 보고 있지 않았던 장면들'/ 임솔아 지음/ 156쪽
'우리가 보고 있지 않았던 장면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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