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노메논'의 경제적 파급효과 (배현진 의원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0.14/뉴스1
정부가 추진하는 대형 K팝 공연 사업 '패노메논'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1조 원에 달한다는 추산 결과가 정식 연구용역 계약 체결 하루 전에 제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연구가 시작되기도 전에 경제효과를 산출한 경위를 문제 삼았고, 황교익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은 사업 기획을 위한 잠정 추정치였다고 해명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배 의원은 14일 국정감사에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 7월 13일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에 패노메논의 경제효과가 1조 원 이상으로 예상된다는 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연구용역 계약은 다음 날인 7월 14일 체결됐으며 실제 연구 착수일은 7월 20일이었다.
배 의원은 경제효과 산출 방식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공연장 수용인원과 공연 일수를 토대로 관객 52만 명을 가정한 뒤 방탄소년단(BTS) 공연 관람객의 1인당 경제효과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연구용역은 오는 11월 11일 종료될 예정으로, 현재까지 제시된 수치는 최종 연구 결과가 아니다.
황 원장은 계약 체결 전에 추산치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잠정적인 기초자료였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경제효과 추산 논란과 함께 황 원장의 전문성 및 임명 경위를 둘러싼 공방도 벌어졌다. 황 원장은 자신을 향한 보은 인사 비판을 받아들이면서 업무 성과로 검증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황교익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2026.10.14 © 뉴스1 유승관 기자
◇ 연구계약은 7월 14일…경제효과 1조 원은 하루 전 제출
배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대중문화교류위원회는 지난 6월 24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패노메논 사업 계획을 공유했다. 연구원은 같은 달 30일 연구용역 추진을 검토하고 연구진을 확정한 뒤 7월 14일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경제효과 추산 결과안은 계약 체결 하루 전인 7월 13일 대중문화교류위원회에 전달됐다. 연구원은 해당 사업의 경제효과가 1조 원 이상으로 예상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실제 연구 착수일이 7월 20일이었다는 점에서 정식 연구가 시작되기 전에 추산치가 제공된 셈이다.
대중문화교류위원회는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연구원 자료를 근거로 패노메논 개최를 통해 총방문객 52만 명과 외래 관광객 20만 명을 유치하고 약 1조 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배 의원은 최종 연구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이 수치가 사업 홍보에 활용된 경위를 따져 물었다.
배 의원은 "국책연구기관이 계약서에 도장도 찍기 전에 1조 원이라는 숫자부터 정부에 갖다 바쳤다"며 "연구를 통해 결과를 도출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홍보할 숫자부터 만들어놓고 연구를 끼워 맞춘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다만 이러한 문제 제기는 연구 절차의 적정성에 관한 의혹으로, 실제 부당한 지시나 결과 조작이 확인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대중문화교류위원회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주요 타임라인 (배현진 의원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0.14/뉴스1
◇ 관객 52만 명에 BTS 공연 효과 적용…산출 방식 논란
경제효과를 산출하는 데 사용한 가정도 국감의 쟁점이었다. 배 의원은 연구원이 서울아레나와 킨텍스의 최대 수용인원에 공연일 6일을 적용해 관객 52만 명을 산정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지난 4월 고양시에서 개최된 BTS 공연의 관람객 1인당 추정 경제효과를 곱했다는 설명이다.
배 의원은 공연의 규모와 관람객 구성, 소비 특성 등을 충분히 분석하지 않은 채 다른 공연의 경제효과를 단순 적용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사업별 여건이 다른데도 기존 공연의 추정치를 그대로 활용했다면 결과의 신뢰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경제효과 1조 원이라는 규모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배 의원은 앞서 열린 국감에서 해당 추정치가 미국의 대형 음악 축제 코첼라의 연간 경제효과로 알려진 약 5000억 원보다 두 배가량 크다며 산출 근거에 의문을 제기했다. 다만 두 행사의 경제효과가 같은 기준과 범위에서 산출됐는지는 첨부 자료만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배 의원은 잠정 추산치가 정부의 사업 홍보뿐 아니라 예산 편성 계획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반면 황 원장은 연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필요한 자료를 먼저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산 과정의 적절성과 실제 경제적 파급효과는 최종 연구보고서를 통해 추가로 검토해야 할 사안으로 남았다.
황교익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10.14 © 뉴스1 유승관 기자
◇ 황교익 "잠정 추정치" 해명…보은 인사·전문성 공방도
황 원장은 경제효과 자료의 성격을 묻는 질의에 "계약 전에 제공한 수치는 잠정 추정치"라고 답했다. 이어 "연구 과정에서 필요한 자료를 빠르게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며 오는 11월 11일 나올 최종보고서를 확인해 달라고 설명했다. 대중문화교류위원회의 사업 기획을 위한 기초자료였다는 점도 강조했다.
황 원장의 임명 경위와 전문성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4월 17일 취임한 그는 농민신문사 기자와 향토지적재산본부 연구위원, 서울공예박람회 총감독, 부산푸드필름페스타 운영위원장 등을 지냈다. 앞서 2021년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됐다가 전문성 논란 등이 불거지자 자진 사퇴한 이력도 있다.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황 원장이 문화·관광 분야의 학술 논문을 작성한 이력이 없다는 점을 들어 전문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황 원장은 "저는 연구자는 아니지만 현장 연구자라고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낙하산·보은 인사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자 황 원장은 "저에 대해 낙하산 보은 인사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던데, 받아들이고 있다"며 "일로서 검증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배 의원은 황 원장의 임명 이후 국책연구기관이 정부 사업의 홍보에 필요한 수치를 먼저 제공한 것 아니냐며 연구의 독립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대중문화교류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청와대의 지시나 압박이 있었는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황 원장은 연구 내용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해명하면서 최종보고서를 통해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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