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복 만능 사회를 조롱하다"…쾨페니크 사건 [김정한의 역사&오늘]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October 16일, AM 06:00

빌헬름 포크트 (출처: Bain News Service, publishe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1906년 10월 16일 독일 베를린 근교 쾨페니크에서 장교를 사칭해 시청 금고를 털어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주인공은 전과자였던 구두수선공 빌헬름 포크트였다.

포크트는 중고로 구입한 프로이센 근위대 대위 군복을 차려입고 거리를 배회하다가 우연히 만난 사병들을 통솔하기 시작했다. 시민들과 군인들은 군복을 입은 그의 모습에 아무런 의심도 품지 않고 철저하게 복종했다.

포크트는 병사들을 이끌고 쾨페니크 시청을 당당하게 점거했다. 관료들과 경찰은 군복의 권위에 압도되어 아무런 신원 확인도 요구하지 못했다. 그는 시장을 체포하고 시청 금고에 있던 공금 수천 마르크를 압수한 뒤 베를린으로 도주했다. 이 과정에서 단 한 발의 총성도 울리지 않았고 폭력도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며칠 뒤 포크트는 체포됐으나 이 사건은 독일 전역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대중은 국가 권위의 허술함에 폭소하면서도 통쾌함을 느꼈다. 빌헬름 2세 황제마저도 이 사건의 전말을 보고받고 포크트의 대담한 연기와 군복에 대한 맹종 현상에 쓴웃음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권력의 허위의식을 완벽하게 풍자한 대국민 해프닝으로 기록된 셈이다. 권력의 허위의식을 완벽하게 풍자한 대국민 해프닝으로 기록된 셈이다.

재판에 회부된 포크트는 4년 형을 선고받았으나 대중의 뜨거운 호응과 동정 여론 덕분에 감형을 받았다. 언론과 지식인들은 이를 두고 군국주의 체제의 경직성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형식과 계급에만 집착하는 사회 시스템의 치명적인 약점이 전 세계에 각인됐다.

이 사건은 이후 연극, 영화, 소설 등 다양한 예술 작품의 소재로 끊임없이 리메이크됐다. 인간이 만든 권위와 제도가 얼마나 허울뿐인 형식에 취약한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역사적 우화로 남았다. 쾨페니크 사건은 권력에 대한 맹종이 낳을 수 있는 위험성을 유쾌하면서도 뼈아프게 경고한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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