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 '지젤' (사진=국립발레단)
‘지젤’은 19세기 프랑스 시인 테오필 고티에의 구상에서 출발한 낭만발레의 대표작이다. 국립발레단은 파리오페라발레 부예술감독을 지낸 파트리스 바르의 버전으로 2011년 초연한 뒤 대표 레퍼토리로 이어오고 있다.
‘지젤’의 명장면으로는 흔히 2막에서 달빛 아래 펼쳐지는 윌리들의 군무를 꼽는다. 이날만큼은 1막의 사랑 장면도 그에 못지않게 인상적이었다. 꽃잎 점을 치는 장면, 두 사람이 나란히 의자에 앉아 눈을 맞추는 장면에서 이은서의 표정 연기는 계산된 연기라기보다 자연스러운 감정처럼 보였다. 첫 전막 주역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운 연기력이 빛났다. 2019년 이후 오랜만에 다시 ‘알브레히트’를 맡은 이재우는 무대 위 존재감이 강하면서도, 이은서를 안정적으로 이끌며 두 사람의 호흡을 완성했다. 둘 사이에 흐르는 ‘케미’가 지젤의 설렘을 한층 선명하게 만들었다.
국립발레단 '지젤' (사진=국립발레단)
2막에서 두 사람의 파드되(2인무)는 1막과 전혀 다른 온도를 지녔다. 설렘으로 가득했던 1막과 달리, 2막은 죽음으로 갈라진 연인의 애처로움과 안타까움으로 채워졌다. 윌리가 된 이은서의 지젤은 천천히 흐르는 팔의 선과 부레(발끝으로 잔걸음을 치듯 미끄러져 이동하는 동작)를 비롯한 가벼운 움직임, 슬픔이 어린 시선이 돋보였다.
국립발레단 '지젤' (사진=국립발레단)
이번 공연은 김주원 단장 겸 예술감독이 취임한 뒤 처음 선보이는 서울 전막공연이다. 이번 ‘지젤’에는 김주원 단장의 신진 발탁 의지가 짙게 묻어난다. 이번 공연에서는 이은서를 비롯해 엄나윤·이하연·안수연(지젤), 나대한·김윤(알브레히트) 등 6명이 처음으로 전막 주역에 섰다. 김 단장은 “충분히 준비한 무용수에게 무대에서 스스로를 보여줄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예술감독의 역할”이라고 밝혀왔다.
이은서는 또래보다 늦게 발레를 시작해 예중·예고를 거치지 않고, 2016년 국립발레단 역사상 최연소로 정단원이 돼 화제를 모았다. 이후 군무부터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 드미솔리스트에 올랐고, 입단 10년 만에 마침내 전막 주역으로 무대 중앙에 섰다. 김 단장은 이은서에 대해 “그간 발레단에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으며 성장해온 무용수”라며 “무대에 주역으로 설 준비가 돼 있었다”고 평가했다.
큰 실수 없이 마친 주역 데뷔 무대에 관객들은 긴 박수로 화답했다. 커튼콜은 여러 차례 이어졌다. 막이 다시 열릴 때마다 이은서는 여전히 지젤의 감정과 여운을 품은 얼굴이었다. 그러다 계속되는 환호에 끝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새로운 지젤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공연은 18일까지 이어진다.
국립발레단 '지젤' (사진=국립발레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