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 뒤 회복 압박…나디 마리안이 말하는 강인함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October 17일, AM 06:43

'단단히, 휩쓸리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 표지/뉴스1

'단단히, 휩쓸리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상실 뒤 빨리 회복해야 한다는 압박에 질문을 던진다. 나디 마리안은 쇼펜하우어와 융의 사유로 고통을 받아들이고 각자의 속도로 회복하는 법을 살핀다.

이별이나 실패를 겪은 뒤 곧바로 일상을 회복해야 한다는 압력은 감정을 충분히 들여다볼 시간을 빼앗는다. 괜찮아 보이는 모습을 유지하는 일이 실제로 괜찮아지는 과정과 같지는 않다. 슬픔과 상실을 무조건 극복 대상으로 삼는 관점부터 질문한다.

쇼펜하우어는 고통을 삶과 떼어놓을 수 없는 조건으로 보았다. 카뮈의 시시포스는 반복되는 노동과 삶의 부조리를 견디는 인간의 태도를 보여준다. 카를 융의 사유는 고통과 내면의 성장 사이에 놓인 관계를 돌아보게 한다.

스토아철학의 문제의식도 이어진다. 인간은 주어진 상황 전체를 뜻대로 바꿀 수 없지만 그 상황을 대하는 자신의 선택은 점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통제할 수 없는 사건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태도를 구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회복탄력성에 하나의 기준을 적용하려는 사고에도 거리를 둔다. 같은 일을 겪어도 누군가는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하고 다른 누군가는 오래 흔들린다. 그 차이를 의지의 부족이나 약함으로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감정을 수용한다는 말은 현실을 포기하라는 뜻이 아니다. 자신의 슬픔을 인정하면서도 이후의 선택을 이어가는 태도에 가깝다. 다만 일상 기능이 크게 저하되는 어려움이 계속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구할 필요가 있다고 구분한다.

책은 고통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에도 주목한다. 소셜미디어가 짧고 정돈된 회복 서사를 퍼뜨리는 상황에서, 사람마다 다른 상처의 깊이와 회복 과정을 한 가지 성공 공식으로 묶을 수 없다고 본다. 한병철의 회복탄력성 비판도 이러한 맥락에서 등장한다.

나디 마리안은 흔들리는 감정을 없애는 기술보다 그 감정을 품고 살아가는 방법을 강조한다. 고통 속에서도 자신을 이해하고 삶의 방향을 다시 선택하는 일이 회복의 중심에 놓인다. 강인함을 빠른 일상 복귀와 동일시하는 시각에 질문을 던진다.

△ '단단히, 휩쓸리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 나디 마리안 지음/ 김지유 옮김/ 3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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