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릿터 62' 표지/뉴스1
'릿터' 62호는 설명 없이 연락을 끊고 관계에서 사라지는 '고스팅'을 커버스토리로 다룬다. 문학평론가와 연구자들은 한국 소설과 인공지능(AI) 대화, 익명 독서회에서 단절과 연결을 살핀다.
고스팅은 상대에게 이유를 밝히지 않고 관계를 중단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문예지는 이런 선택이 가족과 친구, 공동체 안에서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묻는다. 관계에서 사라지는 사람뿐 아니라 남겨진 사람의 경험도 살핀다.
문학평론가 이소는 최근 한국 소설의 특징을 '고스트 제너레이션'이라는 말로 분석한다. 편혜영과 박솔뫼, 박선우의 작품을 통해 인물들이 타인과 공동체를 상대로 자취를 감추거나 상대의 부재를 경험하는 양상을 읽어낸다.
제44회 김수영문학상 수상자인 나하늘 시인은 '사라지기' 연작을 쓴 과정을 소개한다. 박서양 평론가는 박문영의 '그 입에서 나오는 것'을 읽고 무해함을 강조한 대화 방식이 오히려 대화 상대를 지우는 문제를 짚는다.
사회학 연구자 이승연은 온라인 상담사와 역술가, 아이돌의 메시지 서비스, 이용자에게 맞춰 반응하는 AI와의 대화를 함께 살핀다. 상대의 독립적인 존재보다 자신의 반응을 중심에 두는 소통이 어떻게 늘어나는지 질문한다.
익명성의 다른 가능성도 다룬다. 황예인 평론가는 이름과 나이, 직업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감정을 나눈 독서회 경험을 소개한다. 서로의 신상정보를 모르는 관계가 오히려 솔직한 대화를 허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인터뷰 지면에서는 장편소설 '악마는 열심히 산다'의 김화진과 영화 '경주기행'을 연출하고 소설 '오프사이드'를 펴낸 김미조를 만난다. 두 창작자가 삶과 죽음, 작품 속 역설을 다루는 방식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신작 단편으로는 편혜영의 '방문자들', 황예솔의 '해감', 박서영의 '발가락 찾기'를 실었다. 인물의 부재와 반복되는 기억, 상실 이후의 감각을 저마다 다른 서사로 펼친다. 62호는 사라짐이 관계의 종료만이 아니라 관계를 다시 바라보는 계기인지도 살핀다.
△ '릿터 62'/ 민음사 편집부 지음/ 1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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