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 교수(북다 출판사 제공)
'풀꽃 시인' 나태주의 딸 나민애 서울대 학부대학 교수가 지난 100년간 한국 문학 작품에 등장한 단어들을 살펴보고, 142명의 작가가 쓴 작품에서 142개의 단어를 골라 그 안에 담긴 마음을 책으로 엮었다.
저자는 지난 1년간 수많은 작가의 작품을 읽으며 오늘과 너무 멀지 않으면서도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단어, 재미있어 입가에 맴도는 단어, 예뻐서 눈길이 가는 단어, 슬퍼서 외롭게 두고 싶지 않은 단어 등을 골랐다.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알리고 싶은 단어들을 다각도로 고민한 끝에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예컨대 정보라의 소설 '저주토끼'에서 고른 단어는 '눈시울'이다. 이 단어에 저자는 갱년기의 경험을 연결해 자신만의 단상을 풀어낸다. "갱년기가 되면 고장 나는 곳이 여럿"이라며 호르몬, 땀샘, 잠의 능력에 이어 "눈시울마저 고장 난다, 눈물이 마치 터진 온천수처럼 밀려 올라오는데 시도 때도 없다"고 쓴다.
'사랑'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단어다. 저자는 "사랑은 무슨 말로도 표현이 다 안 된다"며 "그건 언어를 넘어서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아들에게 건네는 고백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유찬아, 엄마가 100년의 문학 작품을 뒤져가면서 사랑 말고 너에게 줄 다른 단어를 찾아보았지만 도통 찾을 수가 없단다. 그러므로 아들아, 내가 가진 가장 좋은 단어를 네게 주마. 엄마는 너를 사랑하여 사랑 그 이상의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단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추천사에서 "저자가 고른 어휘도 신중하지만 거기 붙여둔 단상들이 읽기 아까울 정도로 어여뻐서 나는 이 책을 편든다"고 썼다. 페이지마다 깃든 낱말과 단상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어느덧 자기만의 기억과 감정을 담아둘 단어 하나를 가슴에 품게 된다.
△ 오래 곁에 두어 좋은 말/ 나민애 글/ 312쪽
'오래 곁에 두어 좋은 말'(북다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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