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예술가들' 정보그림 / 뉴스1
변호사 캐슬린 김의 '법정에 선 예술가들'은 현대미술의 주요 장면을 법정 기록과 함께 되짚은 예술 에세이다. 표절과 차용, 외설과 검열, 위작, 소유권, 인공지능(AI)과 대체불가토큰(NFT)까지 예술을 둘러싼 논쟁을 실제 사건과 판결을 통해 풀어냈다.
책은 예술을 법의 기준으로 재단하기보다 예술이 왜 반복해서 법과 충돌했는지를 추적했다. 법정과 미술관, 계약서와 전시 공간을 오가며 예술의 자유가 어디에서 제한되고 다시 확장됐는지를 살폈다.
뒤샹과 브랑쿠시에서 앤디 워홀, 제프 쿤스, 뱅크시, 클림트에 이르는 사례와 AI 창작물, 디지털 자산 관련 사건까지 다뤘다. 예술의 정체성과 창작자의 권리, 시장 가치와 소유권이 충돌하는 지점을 여섯 개의 주제로 나눠 정리했다.
저자는 법과 예술이 충돌할 때마다 새로운 시대의 예술이 공인되는 계기가 됐다고 봤다. 책 말미에는 예술법의 주요 개념을 풀어낸 용어 해설과 일반인·창작자를 위한 질의응답, 체크리스트도 실었다.
◇'이것도 예술인가'…법이 묻고 미술이 답했다
첫 번째 흐름은 무엇을 예술로 볼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전통적인 형태를 벗어난 작품이 법과 제도 안에서 어떤 판단을 받아왔는지를 살피며 현대미술의 형성과 법적 기준의 변화를 함께 보여줬다.
브랑쿠시의 조각이 예술품이 아닌 상품으로 분류돼 관세 부과 대상이 된 사건은 예술의 정의가 제도와 충돌한 대표 사례다. 이 사건은 전통적인 형태만으로 예술 여부를 판단하던 기준이 흔들린 과정을 보여준다.
뒤샹의 '샘'과 카텔란의 바나나 작품 '코미디언'은 예술의 물리적 형태보다 개념과 아이디어의 지위가 중요해진 변화를 드러냈다. '코미디언'은 작품을 구성하는 바나나보다 설치 매뉴얼과 진품 증명서, 아이디어를 실행할 권한이 소유의 핵심이었다.
예술의 정의는 미술관이나 비평가만이 아니라 세관과 법원, 시장과 계약 관계 속에서도 계속 새롭게 만들어졌다.
'법정에 선 예술가들' 정보그림 / 뉴스1
◇ 표절·위작·돈…창작의 경계가 흔들렸다
두 번째 흐름은 창작과 표절, 진품과 위작, 예술과 돈의 경계를 다뤘다. 유명 예술가들도 차용과 재해석의 범위를 두고 법정에 섰고, 진위와 가격이 결합하면서 분쟁은 더 복잡해졌다.
제프 쿤스가 사진작가 아트 로저스의 사진을 바탕으로 조각을 제작한 사건에서는 원본과 형태가 달라도 핵심 구성과 이미지가 동일하다는 이유로 법원이 쿤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예술적 차용이 언제 저작권 침해가 되는지를 보여준 사례였다.
한 반 메헤렌의 위작 사건과 '살바토르 문디' 논란, AI를 이용한 거장의 재현은 진품 여부를 누가 판단할 수 있는지를 다시 물었다. 작품의 소장 이력과 진품 증명서는 중요한 근거지만 그 기록 자체도 위조될 수 있다.
경매와 투자 영역에서는 뱅크시의 작품 파쇄와 미술품 투자 사기 사례 등을 통해 예술의 시장 가치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살폈다. 저자는 미술품처럼 가치 변동성이 큰 자산에 확정 수익과 원금 보장을 약속하는 경우 사기의 영역에 들어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 AI와 NFT가 묻는다…창작자는 누구인가
마지막 흐름은 작품의 소유와 파괴, AI와 NFT가 만든 새로운 권리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물리적 원본이 사라지거나 인간이 아닌 알고리즘이 결과물을 만들면서 창작과 소유의 기준도 흔들렸다.
프리다 칼로의 작품을 불태운 뒤 NFT를 발행한 사건은 실물 소유자가 작품을 파괴할 권리까지 갖는지를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원작을 불태우는 행위는 저작인격권 침해이며,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원작 이미지를 복제해 NFT로 발행하는 행위 역시 저작재산권 침해라고 봤다.
AI 분야의 핵심 쟁점은 인간이 아닌 알고리즘이 만든 결과물에 저작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였다. 기술이 창작 주체의 범위를 넓히면서 '창작은 인간만의 행위인가'라는 전제도 흔들렸다.
저자는 법이 예술을 완전히 규정할 수는 없지만 예술은 늘 법의 경계에서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왔다고 정리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수록 예술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와 창작의 자유 사이의 균형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 '법정에 선 예술가들'/ 캐슬린 김 지음/ 480쪽
'법정에 선 예술가들' 표지 / 뉴스1
art@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