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의 역설, 조선이 만든' 표지/뉴스1
'사대의 역설, 조선이 만든'은 명나라에 대한 조선의 사대를 능동적인 외교 전략으로 해석한다. 왕쓰샹은 조선 사신의 문장과 의례가 명나라의 행동에 끼친 영향을 추적한다.
저자는 조선의 '사대'를 강국의 뜻에 무조건 따르는 태도로만 이해하면 실제 외교 활동을 놓치기 쉽다고 본다. 당대 조선은 명나라의 군사적 위협을 피하면서 왕권과 정치적 자율성을 지키려 했다. 그 과정에서 황제가 지켜야 할 도덕적 기준을 거듭 강조했다.
책은 외교 서한과 사절 보고서, 시집과 여행기, 조선과 명의 공식 사료를 폭넓게 활용한다. 황제와 국왕의 결정뿐 아니라 문서를 작성하고 의례를 조율한 사신과 통역관의 역할을 살핀다. 이들의 언어와 관행이 후대 외교의 선례로 남는 과정도 분석한다.
명나라 홍무제는 조선 사절들을 문책하고 정도전의 인도를 요구하는 등 초기 조선에 강경하게 대응했다. 조선의 관료들은 제국의 질서를 거부하기보다 그 질서가 약속한 책임을 되묻는 방식으로 협상했다. 저자는 이를 약자가 활용한 외교적 자원으로 설명한다.
조선이 활용한 의례의 뿌리도 새롭게 짚는다. 책은 일부 조공 및 영접 관행이 요·금·원과 고려가 관계를 맺던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본다. 중국 중심의 질서가 처음부터 정해진 규칙만으로 운영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구체적인 사례에는 명나라의 책봉과 사행, 여진 지역에 대한 군사행동, 황실 선물과 난파선 처리 등이 포함된다. 사신의 자리 배치나 왕의 복장 같은 세부 의례도 정치적 협상의 대상이었다. 공녀와 조선 출신 명나라 환관이 양국 관계에서 맡은 역할도 검토한다.
책은 13세기부터 17세기 전반까지를 살피며 조선과 명의 장기적인 관계를 설명한다. 임진왜란 이후 양국 관계가 변화하는 과정까지 다룬다. 조선이 제국 전통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지위를 지켜냈다는 해석이 중심을 이룬다.
이번 한국어판은 2025년 북미아시아학회 제임스 팔레 학술상과 2024년 UC버클리 한국학센터 이홍영 도서상을 받은 연구를 옮겼다. 저자는 강대국과 약소국이라는 이분법 대신 양국이 함께 만들어낸 외교 질서를 보자고 제안한다. 조일수가 번역했다.
△ '사대의 역설, 조선이 만든'/ 왕쓰샹 지음/ 조일수 옮김/ 5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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