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작가 1주기…남겨진 이들의 기록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19일, AM 05:31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뒤에도 삶은 계속된다. 누군가는 달리기로 슬픔을 견뎠고, 누군가는 추억을 글로 남겼으며, 누군가는 남겨진 반려견을 돌보며 하루하루를 이어갔다.

베스트셀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저자 백세희 작가가 세상을 떠난 지 1년. 그를 가장 가까이에서 사랑했던 세 사람이 상실 이후의 시간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7년을 함께한 연인 김강토, 어린 시절부터 우정을 나눈 친구 이수현, 동생 백다희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모여 각자 쓴 글을 서로에게 읽어주며 슬픔을 나눴다. 그렇게 1년 동안 쌓인 기록이 에세이 ‘버터밀크웨이’(부기출판)로 출간됐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작가 1주기…남겨진 이들의 기록
책의 제목인 ‘버터밀크웨이’는 동생 백다희가 언니를 잃은 뒤 달라진 세상을 표현한 말이다. 그는 언니와 함께했던 세계를 우유에, 언니의 죽음으로 달라진 자신을 버터에 빗댔다. 버터가 다시 우유로 돌아갈 수 없듯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에는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지만, 그 속에서도 삶은 조금씩 변화하며 이어진다는 의미를 담았다.

책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뒤에도 계속되는 일상과 그 속에서 조금씩 달라지는 감정들이 담겼다. 연인 김강토는 슬픔을 견디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실력도 늘었다. 주변에서는 박수를 보냈지만 그의 마음은 달랐다. 그는 “나는 그냥 전속력으로 도망가는 중인데 엄청 잘 뛴다고 모두 자꾸 손뼉을 친다”며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다른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놨다.

친구 이수현은 일상의 사소한 순간마다 빈자리를 마주한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서로를 ‘헨리’와 ‘마이클’이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이제 나란히 걷는 두 사람을 볼 때마다 함께했던 친구를 떠올린다. 그는 한 짝을 잃은 양말이나 슬리퍼에 자신을 빗대며, 짝을 잃은 물건은 버리거나 새로 살 수 있지만 함께했던 사람의 빈자리는 채울 수 없다는 마음을 전한다.

동생 백다희는 언니가 남긴 강아지 부기와 함께 일상을 이어간다. 부기는 매일 아침 산책을 가자고 조르고, 밥을 챙겨줘야 하는 살아 있는 존재다. 언니를 떠올리게 하는 흔적이면서도 그 자체로 돌봄이 필요한 생명이다. 백다희는 언니가 남긴 물건들을 일상 곳곳에 두며 그리움을 간직한다. 그는 “언니의 물건을 작게 쪼개어 일상에 숨겨두면 온 세상이 조금씩 언니가 된다”고 적었다.

세 저자는 집필뿐 아니라 제작에도 참여했다. 백다희는 편집을, 이수현은 삽화를 맡았고 김강토는 백세희 작가에게 보내는 노래 ‘비체(非體)’를 만들었다. 책은 유족의 동의를 얻어 출간됐으며, 판매 수익의 일부인 정가의 5%를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 기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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