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유묵' 출품에 90도 사죄한 유홍준…사퇴 압박엔 '묵묵부답'(종합)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October 19일, PM 05:58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26.10.19 © 뉴스1 김성진 기자
"제 실수로 인해 많은 혼란을 일으켰고, 저의 솔직하지 않은 사과로 여러 의혹이 제기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국립중앙박물관 등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산하 26개 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정감사에서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거듭 고개를 숙였다.

독립운동가 박원근의 유묵으로 전시했다가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의 글씨로 밝혀져 철수한 작품이 유 관장의 개인 소장품으로 뒤늦게 확인되면서 여야의 집중포화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유 관장은 사죄의 뜻을 밝히면서도 사퇴 요구에는 침묵했다.

이날 유 관장은 국정감사 업무보고에 앞서 사과문을 발표하며 90도로 허리를 두 차례나 깊이 숙였다.

그는 "국민 여러분께서 국립중앙박물관에 보내주신 깊은 신뢰와 박물관 직원들의 노력으로 쌓아 올린 가치를 저의 중대한 불찰로 한순간에 무너뜨렸다"며 "개인의 중대한 잘못에 대해 세 가지 측면에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독립운동가와 유족을 향해서도 "고증 오류로 독립운동의 명예와 유족분들에게 깊은 상처를 입혔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박물관 직원들에게는 "관장 개인 소장품을 비롯한 논란으로 국민적 비판을 받게 만들어 직원들에게 너무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유 관장의 부실 검증과 소장 사실 은폐를 질타했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왜 소장자가 본인임을 처음부터 밝히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유 관장은 "미술사가로서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주저했다"며 "그것이 저의 큰 실책이었다"고 시인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기 전 친일반민족행위자의 글씨를 독립운동가의 유묵으로 잘못 전시한 데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2026.10.19 © 뉴스1 김성진 기자

소장품 출품을 통한 사적 이익 추구 및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의혹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최 의원이 "금전적 이득이나 사적 이익을 취하려 한 것 아니냐는 오해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지적하자, 유 관장은 "처음부터 그런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유 관장은 작품 취득 경위에 대해 "(경매에 나왔을 당시) '박덕원'의 것으로 돼 있어, 경매 관계자에게 박원근이라고 정정을 해주었고, 애국지사 박원근의 글씨라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구입한 것"이라며 "경매에는 30만 원으로 서면 제출을 했으나, 최종적으로 5만 원에 낙찰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증 실패에 대한 실질적 책임을 묻는 질의도 이어졌다.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이 "전시 검증 실패는 박물관 전체의 신뢰를 훼손하는 문제인데, 책임을 느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냐, 실제 책임을 질 것이냐"라고 물었다.

이에 유 관장은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는 것으로 책임을 (지겠다)"며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의 사퇴 요구에는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유 관장은 원내 145평 규모 브런치 카페 '명경루' 운영사 선정 과정에서가격제안서를 파쇄하면서까지 박물관 공식 후원단체의 업체에 특혜를 주고자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국정감사 막바지에는 박정희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이 퇴장 조치를 당했다. 국립극단 연극 '태풍'의 배우 캐스팅 문제와 관련해 이재정 문체위원장이 발언 기회를 주지 않자, 박 단장의 태도가 문제가 됐다. 이 위원장은 "나가시라, (국감장 퇴장은) 엄청난 불명예라는 것을 알고 나가셔야 한다"며 박 단장에게 퇴장을 명령했다.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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