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태어나 십대에 뉴질랜드로 이주한 뒤 영국을 거쳐 호주 시드니에 사는 시인의 첫 시집이다. 제1회 시드니문학상 수상자인 그는 한국어와 영어를 나란히 놓아 출발어도 도착어도 없는 이중 언어의 시를 쓴다. 건축가로 일한 이력대로 시의 모양 자체를 하나의 건축처럼 세운 시편도 눈에 띈다. 무속에서 부정을 대신 씻어내는 ‘종이 인형’처럼, 슬픔을 위한 ‘씻김굿’을 떠올리며 엮은 시집이다.
뉴저지에서 벌어진 한인 가족 살인사건이 신원 도용 조직 수사로 번져가는 과정을 그린 범죄소설이다. 21년간 뉴저지주 검찰청 살인사건 전담반 형사로 일한 저자는 자신을 투영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세우고, 실제 근무 중 나눈 대화를 대사에 그대로 옮겼다. 신원 도용이 한 사람의 천재적 설계가 아니라 브로커와 위조업자, 금융기관의 허점이 맞물려 굴러간다는 사실을 짚는다.
1981년 전남 진도에서 농협 직원으로 일하던 박동운은 일가친척 10여 명과 함께 안기부에 끌려가 두 달여 고문 끝에 진도가족간첩단이 됐다. 간첩이라는 이름을 벗기까지 17년 5개월의 감옥과 43년에 걸친 19번의 재판이 필요했다. 30여 년간 그의 곁을 지킨 저자가 수사·재판 기록과 육성 증언으로 생애를 복원했다. 상처를 민주주의를 지키는 공적 자산으로 바꿔낸 한 인간의 궤적이다.
금리 인상과 환율 급등, 반도체 실적 발표가 쏟아질 때마다 무엇을 사야 하느냐는 질문이 따라붙는다. 사회관계망 서비스 스레드에서 100만 조회 수를 기록한 저자는 난해한 거시경제 이론 대신 흩어진 뉴스를 하나의 흐름으로 꿰는 법을 안내한다. 달러와 유동성, 유가와 환율에서 미·중 패권 경쟁과 탈달러화까지 21개 장에 담아 거대 자본이 향하는 다음 길목을 짚는다.
신자유주의 성과사회에선 존재 자체의 가치가 아니라 성과와 돈, 지위로 존중받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정받지 못할까 불안해하며 자기실현이라는 착각 아래 스스로를 착취한다. 낙오된 이들은 적도 목적도 없는 분노에 휩싸여 폭력과 혐오를 쏟아낸다. 세계적 철학자인 저자는 재즈 연주자들의 협주처럼 서로를 경청하는 공동체와 정중한 거리 두기에서 회복의 길을 모색한다.
시트콤 ‘논스톱 5’ 등 예능과 드라마를 써온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서른한 살 여자 셋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가십 앱 ‘청담 아이’의 폭로에 휩쓸리고 그 실체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저자는 압구정과 청담을 무대로 화려한 도시의 욕망과 관계의 민낯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명품과 커리어, 완벽한 사랑을 꿈꾸지만 결핍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물들의 모습은 웃음과 설렘 뒤에 묵직한 공감과 여운을 남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