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kg의 썰매를 끌고 69일간 남극대륙 1786㎞를 홀로 걸어 아시아 최초 단독 횡단에 성공한 김영미 대장이 전한 메시지는 일상의 무게였다. 영하 30도의 추위와 고립을 견딘 그에게도 삶은 또 다른 탐험이었다.
김 대장은 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열린 ‘제15회 이데일리 W페스타’에서 “남극이나 히말라야에 간다고 해서 탐험은 아니다”며 “각자 두 발 딛고 선 영역에서 자신의 한계를 반 발자국이라도 확장하는 일이 탐험”이라고 강조했다.
산악인 김영미(노스페이스 애슬리트팀 소속)가 21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제15회 이데일리 W페스타'에서 '남극 1786km, 무엇이 나를 걷게 했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김 대장의 남극 횡단은 10년에 걸친 도전의 결과였다. 2017년 바이칼호 탐험, 2023년 무보급 남극점 단독 도달을 거쳐 지난해 남극 해안에서 남극점을 지나 레버렛 빙하까지 1786㎞를 완주했다. 그는 “자신감도 없었다. 단계적으로 나를 시험하고 증명해야 했다”고 말했다.
출발 전부터 그의 체격은 불리한 조건이었다. 고교 시절 100m를 24초에 뛰었고, 미술학도로 진학 후 입부한 대학 산악부에서도 가장 못 걷는 사람 중 하나였다. 김 대장은 키 180㎝의 노르웨이 여성 탐험가와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다리 길이부터 차이가 나는데 안 된다고 생각하면 조건에서부터 안 되는 게 너무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불가능한 이유 대신 방법을 찾았다. 짧은 보폭을 만회하려고 쉬는 시간을 줄였다. “10분씩 5번 쉬면 하루 약 2㎞를 덜 걷는다”며 “아침에 스키를 신으면 한 번도 앉지 않았고, 간식도 썰매에서 먹었다”고 설명했다.
2023년 원정 때 겪은 나침반 고장과 추위도 경험으로 축적했다. 장비를 가볍게 하고 이동 방식을 개선했지만 매일 목표 거리를 채우기는 쉽지 않았다. 그는 “70일 동안 단 하루도 목표 거리를 넘지 못했다”며 “마지막 날 남은 63km를 걸었는데, 길이 끝나야 결국 끝나더라”고 회상했다.
산악인 김영미(노스페이스 애슬리트팀 소속)가 21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제15회 이데일리 W페스타'에서 '남극 1786km, 무엇이 나를 걷게 했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20대에 세계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오른 그도 한때는 성공만을 좇았다. 김 대장은 “당연히 정상에 서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실패하는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에베레스트 정상 400m 앞에서 두려움에 돌아섰고, 네 차례 도전한 다른 히말라야 고봉에서는 조난자 구조를 위해 등반을 포기해야 했다.
그는 “당시에는 억울했지만 베이스캠프에서 진짜 산악인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것보다 되돌아서는 한 걸음에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갇혔을 때 돌파하세요’라는 안내문이 담긴 철길 건널목 사진을 소개하면서 김 대장은 “걷던 길을 계속 걷고 싶었고 여기서 멈추는 것이 더 큰 트라우마가 될 것 같았다”며 “산에서 배운 대로 돌파하자는 마음으로 수직의 히말라야에서 수평의 남극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산악인 김영미(노스페이스 애슬리트팀 소속)가 21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제15회 이데일리 W페스타'에서 '남극 1786km, 무엇이 나를 걷게 했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남극에서 가장 절실했던 것은 체력보다 응원이었다. 김 대장은 “단독 원정의 어려움은 짐을 끌어주거나 함께 밥 먹을 사람이 없는 게 아니었다”며 “‘힘내, 어제도 잘했는데 오늘도 해보자’는 말을 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 말이 너무 고팠다. 힘내라는 말 한마디가 얼마나 소중한지 남극에서 절절히 느꼈다”며 “혼자 걷고 혼자 잤지만 세상에 혼자 해낼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극한의 환경은 인간의 나약함과 가능성을 동시에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김 대장은 “탐험을 하면 할수록 사람이 자연 앞에 얼마나 나약한지 느끼지만, 막상 해내고 나니 사람은 생각보다 약하지 않다는 생각도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탐험을 하면 할수록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영감을 받는다”며 “여러분이 바라는 꿈과 희망, 소망이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에서부터 세상의 끝 남극까지 아주 높고 멀리 닿기를 응원한다”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