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배우 출신 스타 Y를 살려라…18살 태국 소년 '한'의 이야기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October 22일, AM 06:06

'심장, 유영' 표지/뉴스1

'심장, 유영'은 태국 방콕 호텔에서 한국인 배우 Y의 죽음을 암시하는 쪽지를 주운 18살 태국 소년 한이 Y를 구하려 나서는 과정을 그린다. 최현진은 한과 한국인 소녀 윈터, Y가 만나는 일주일 동안 상실과 회복의 가능성을 따라간다.

열여덟 살 태국인 소년 한은 특급 호텔에서 잡무를 맡고 보트에서 생활한다. 어느 날 스위트룸에서 한국어로 쓴 쪽지를 줍지만 그 뜻을 알지 못한다. 쪽지의 주인은 호텔에 장기 투숙하는 한국의 유명 아역배우 출신 스타 Y다.

한은 한국인 여행객 윈터에게 글의 뜻을 물었다가 Y가 죽음을 결심했을 가능성을 알게 된다.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한은 Y를 외면하지 못한다. 윈터와 함께 그를 도울 방법을 찾으며 자신들이 말하지 못했던 사정에도 조금씩 다가간다.

작가는 '스파클'로 제18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나비도감'으로 제2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받았다. 이번 작품은 사건의 해결보다 다른 사람의 상처를 알아보는 과정을 중심에 놓는다. 방콕에서 보낸 7일의 시간이 세 사람에게 각각 어떤 변화를 남기는지 살핀다.

◇ 방콕 호텔 객실의 한국어 쪽지…한이 나선 이유
한은 호텔에 찾아오는 부유층 자녀들이 학교 공부를 부담스러워하는 말을 듣고 작문을 시작한다. 자신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교육을 상상하며 글을 쓰는 일이 하루의 중요한 습관이 된다. 일터에서 주운 한국어 쪽지도 뜻을 모른 채 베껴 적는다.

쪽지에는 반드시 죽겠다는 뜻의 문장이 적혀 있다. 한국의 유명 배우 Y가 남긴 글임을 알게 된 한은 영화 속 화려한 모습과 실제로 마주한 절망 사이의 거리를 생각한다. 쪽지는 더는 낯선 글자의 모음이 아니라 구해야 할 사람이 있다는 신호가 된다.

한에게는 다른 사람의 위험을 지나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고향을 잃고 가족과 헤어진 경험이 그의 일상에 남아 있다. 한은 과거를 작문으로 되짚으면서도 그때의 슬픔을 정면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워한다. 자신은 아무것도 구하지 못했다는 생각도 품고 있다.

Y를 돕겠다는 결심은 그 기억과 연결된다. 한은 Y가 왜 이런 쪽지를 남겼는지 알지 못하고, 실제로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구체적인 답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행동하기 시작한다는 점이 소설 속 변화의 첫 계기다.

'심장, 유영' 표지/뉴스1

◇ Y의 구출을 고민한 한과 윈터…상실을 털어놓다
윈터는 어머니 유선과 함께 태국을 찾은 한국인 소녀다. 여행지에 도착했지만 마음속에는 실패의 경험과 쉽게 말하지 못하는 비밀이 남아 있다. 한이 쪽지를 들고 찾아오자 뜻을 알려주고 Y를 도울 방법을 함께 고민한다.

둘은 처음부터 서로의 상처를 잘 아는 사이가 아니다. 한은 자신이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조금씩 들려주고, 윈터는 소년이 Y를 향해 보이는 마음을 지켜본다. 타인의 문제를 해결하려던 대화가 점차 두 사람의 지난날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바뀐다.

Y에게 편지를 보내는 방안도 떠올리지만 실행은 쉽지 않다. 간절함만으로 다른 사람의 절망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 앞에서 둘은 서툴게 움직인다. 예고하지 않았던 순간 Y와 마주하게 되면서 상상 속의 구출 계획은 현실의 만남으로 이어진다.

윈터는 한과 함께하면서 자신이 바라는 온전한 삶을 생각한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한편 한은 윈터의 반응과 말을 따라가며 자신의 아픔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기 시작한다.

◇ 짜오프라야강에 잠긴 고향…다시 붙잡는 삶의 닻
소설에서 고향은 출생지뿐 아니라 자신을 지탱해 준 사람과 기억을 뜻한다. 한은 돌아갈 수 없는 장소를 잃었고, 윈터와 Y도 저마다 의지하던 삶의 중심에서 멀어졌다. 세 사람을 묶는 공통점은 서로 다른 모습의 실향이다.

작가는 2011년 태국 짜오프라야강이 범람했던 일을 작품의 출발점으로 밝혔다. 강가의 호텔과 보트, 물살은 실제 공간인 동시에 인물이 떠돌고 있음을 드러내는 장치다. 한은 물에 잠긴 고향의 기억을 안고 강 위에서 생활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과정에서 한의 태도는 달라진다. Y를 걱정하고 윈터와 마음을 나누며 자신이 받아온 사랑도 다시 떠올린다. 소설은 상처를 완전히 지우는 대신 그 기억을 품은 채 살아갈 수 있는 관계를 보여준다.

최현진은 작가의 말에서 고향을 잃은 사람이 자기 안의 고향을 되찾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밝혔다. 타인을 구하려던 한의 시도가 자기 상실을 애도하는 길과 겹쳐지는 이유다. 작품은 떠도는 삶을 끝내는 정답보다 다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마음의 지지점을 묻는다.

△ 심장, 유영/ 최현진 지음/ 268쪽

'심장, 유영' 표지/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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