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밀러 (출처: Unknown autho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1844년 10월 22일, 미국 전역의 수많은 신도에게 이날은 구세주 예수가 재림해 세상을 불로 정화하고 신실한 자들을 구원한다는 약속의 날이었다. 설교자 윌리엄 밀러와 추종자들은 이날을 역사의 종언이라 확신했다. 그러나 기적은 없었다. 종교사에서 '대실망'이라 불리는 비극적 사건의 전말이다.
밀러는 성경 다니엘서의 '2300주야' 구절을 자신만의 도식으로 치밀하게 계산했다. 하루를 1년으로 쳐 기원전 457년 아르타크세르크세스 왕의 예루살렘 중건령부터 2300년이 흐른 때를 1843년과 1844년 사이로 보았다. 동료들은 유대 대속죄일 역법을 근거 삼아 1844년 10월 22일을 재림 시한으로 특정했다. 19세기 미국의 영적 열풍 속에 예언은 빠르게 번져 10만 추종자를 모았다.
종말에 대한 확신은 일상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신도들은 세속의 재물을 덧없다 여겨 가산을 처분하고 토지와 가축을 헐값에 넘겼다. 농부들은 가을 추수를 포기한 채 들판의 곡식을 썩게 내버려뒀고, 상인들은 상점 문을 영구히 닫았다. 직장을 그만두고 흰옷을 입은 이들은 교회와 언덕에 모여 기도에만 매달렸다.
약속의 날, 재림의 징표는 어디에도 없었다. 신도들의 희망은 산산조각 났다. 예언 실패의 대가는 잔혹했다. 신도들은 경제적 파산과 영적 공황 속에 방치됐으며, 세상의 차가운 냉소와 이웃들의 조롱, 극심한 사회적 멸시를 홀로 감내해야 했다.
지도자 밀러는 오류를 인정하고 은둔했다. 하지만 절망의 잿더미 속에서 새로운 교단들이 갈라져 나왔다. 날짜 계산은 맞았으나 재림이 지상이 아닌 하늘 성소에서 일어났다는 '조사심판' 교리가 정립되며 신도들이 재결집했다. 빗나간 종말론의 잔해에서 교리를 재해석해 살아남는 종교적 분화가 이뤄졌다.
'대실망 사건'은 맹신과 종말론적 열풍이 빚어낸 참극이다. 현실의 삶과 책임을 포기한 채 시한부 예언에 매몰된 광신이 어떤 파멸을 부르는지 명백히 보여줬다. 하지만 시한부 종말론의 비극은 나약한 심리를 숙주 삼아 오늘날에도 형태만 바꾼 채 되풀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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