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제 셰프
20년 전 무더운 여름 8월에 인도를 여행했다. 바깥 기온은 30도 언저리에, 에어컨 없는 식당에 들어섰다. 메뉴는 온통 힌디어로 쓰여 있어 나는 그냥 옆에 앉은 분이 먹고 있던 탈리를 손으로 가리켰다. 미지근한 냉수가 스테인리스 컵에 담겨 왔고 작은 레몬 반쪽도 함께 딸려 왔다. 옆 사람처럼 작은 레몬을 쥐어짜서 물에 털어 넣고 한 모금 마셨다. 시큼한 맛이 여운을 남기며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식전수는 음식을 맞이하는 첫인상이면서 소화를 돕는 역할을 한다. 인도의 허름한 식당이 레몬 조각과 물 하나로 기억에 남는다. 요즘 가게들도 각 나라의 음식마다 독특한 식전수를 챙긴다. 재스민차를 내는 베트남 식당도 있고 바질잎을 띄워 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도 있다.
식전 음료는 가게에 대한 인상을 오래 남겨
내가 일하는 곳은 레몬 한 조각을 물병에 넣어 손님에게 제공한다. 처음엔 둥둥 떠 있던 레몬은 다음 날이면 바닥에 가라앉아 있다. 레몬 껍질 속에 있던 공기가 물로 채워지면서 서서히 무거워지기 때문이리라.
레몬 물은 식욕을 돋우면서 입안을 깨끗이 씻어준다. 또 위산 분비를 촉진해 소화 흡수를 도와주며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준다.
아이스 레몬. (출처: Theo Crazzolara, CC BY 2.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2.0>, via Wikimedia Commons)
레몬수의 건강상 이점
레몬의 보존성이 높은 편이지만 껍질이 덮인 레몬과 달리 이미 자른 레몬은 2~3일이면 냉장고에서도 상해버린다. 강한 산성이지만 공기 중에 노출되면 다른 과일과 다를 바 없다.
물에 넣은 레몬 조각도 하루가 지나면 미끈거리니 깨끗이 씻고 새 물로 교체하는 것이 좋다. 또 물병 바닥에 레몬 잔여물이 남을 수 있으니 일반적인 음용수보다 세척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일반 음용수보다 세척·관리에 신경 써야
레몬의 두 가지 미덕은 과육의 신맛과 껍질의 향에 있다. 특히 껍질 쪽은 향이 나는 오일 성분이 있다. 과육 부분은 레몬 자체의 신맛으로, 껍질 부분은 향을 발산해 물로 마실 때 레몬 특유의 아로마를 느낄 수 있다.
다만 가정에서는 레몬 한 개를 사도 제대로 쓰기 어렵고 냉장고에 남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에는 레몬주스를 구입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예전에는 레몬즙을 농축한 제품이 있었다. 5배로 농축돼 있어 여기에 인공 레몬 향을 더했다. 오랜 기간 냉장고 구석에 두기 좋지만, 레몬 특유의 향은 부족하다.
요즘 나오는 착즙형 레몬주스는 농축형의 단점을 보완했다. 맛을 보면 실제 레몬 향이 은은하게 느껴진다. NFC(Not From Concentrate)라고 해 열을 가하는 농축 과정을 거치지 않아 자체의 풍미를 갖고 있다. 농축형이나 착즙형 모두 1L에 7000원 정도다.
레몬 1개가 1500원 정도인데 많아야 50mL 정도의 즙이 나온다. 껍질의 향이 아쉬운 분들은 착즙형 주스를 쓰면 실제 레몬과 유사한 식전수가 될 수 있다.
레몬 대신 착즙형 주스를 사용하는 장점도 많아
예전 기억에 작은 레몬을 짜서 먹는 것이 투박하지만 꽤 간편한 방법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실제 레몬을 사기 어려운 분이라면 레몬주스로도 상큼한 느낌을 살릴 수 있다. 올겨울 상큼한 레몬으로 식사 전 건강을 챙기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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