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하는 마음' 표지/뉴스1
'과학하는 마음'은 빙하와 돌고래, 유전체부터 달 궤도와 인공지능(AI)까지 서로 다른 분야의 과학자 10명이 실험실에서 품는 질문을 기록한다. 임지한은 연구 성과보다 관찰과 협업, 실패 뒤의 재설계가 새로운 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살핀다.
저자는 원자핵공학을 전공한 뒤 과학철학과 과학기술학으로 박사 과정을 마쳤다. 연구실을 찾아가 과학자들이 하는 일을 듣고 낯선 이론과 실험을 일반 독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풀었다. 인터뷰에는 빙하와 식물, 동물, 에너지, 우주 분야의 연구자들이 등장한다.
신진화의 빙하 연구와 장수진의 돌고래 조사에는 기후와 생명을 향한 관심이 담겼다. 양진화의 실험과 정성은의 2차 전지 연구는 여러 사람이 장기간 협업해야 가능한 작업을 보여준다. 배종희의 달 궤도 설계와 황원석의 AI 연구는 계산의 정확성과 실패 뒤의 재설계를 다룬다.
제철소의 인터뷰집 시리즈 '일하는 마음' 일곱 번째 책이다. 과학을 객관적인 정답의 집합으로만 받아들이기보다 연구자가 일하고 판단하는 현장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저자는 이런 이해가 과학기술을 둘러싼 사회적 불신을 줄이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 그린란드 빙하·돌고래·식물…관찰에서 시작되는 연구
빙하 연구자 신진화는 그린란드에서 기후변화의 흔적을 직접 경험했다. 야외 화장실 텐트를 받치려고 쌓아놓은 눈이 따뜻해진 날씨에 줄어들어 텐트가 날아간 일도 있었다. 먼 미래의 환경 문제가 현장의 일상적인 변화로 나타난 사례다.
돌고래를 연구하는 장수진에게 개체마다 붙인 이름은 관찰 기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등지느러미의 모양이나 과거에 겪은 사건을 기준으로 돌고래들을 구별한다. 연구 대상이 수많은 개체 중 하나가 아니라 각자의 삶과 이력이 있는 생명체로 보이는 과정이다.
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은 식물을 관찰하고 분류하는 일을 통해 자연을 이해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주변의 생명체를 정확히 살펴보고 서로의 차이를 구분하는 작업에는 오랜 경험과 주의가 필요하다. 저자는 식물분류학을 오래됐지만 여전히 근원적인 과학의 방법으로 다룬다.
유전체 연구자 김준은 서로 다른 생물이 무엇을 공유하고 어디에서 차이를 보이는지 탐색한다. 질병과 노화에 관련된 돌연변이를 연구하는 이유도 생물학의 오래된 질문과 연결된다. 책은 대상과 방법이 달라도 연구를 움직이는 출발점에 궁금증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과학하는 마음' 표지/뉴스1
◇ 끓는 물과 2차 전지…팀의 협업과 기술의 쓰임
양진화의 실험은 여러 연구자의 역할 분담이 과학의 성과를 만드는 방식을 드러낸다. 한 번의 실험을 위해 10명 안팎의 인원이 수개월 동안 계획을 맞춘다. 장치를 설계하는 연구자와 조립·운용을 맡은 기술자가 각자의 전문성을 보태야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바이오 센서를 연구하는 이원령은 연구실을 성과를 생산하는 장소로만 보지 않는다. 함께 일하는 후배들이 문제를 풀고 스스로 연구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도 중요하게 여긴다. 실험과 논문에 앞서 연구실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경험을 살피게 한다.
정성은의 2차 전지 연구는 에너지 기술이 실제 생활환경과 만나는 지점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제로에너지하우스를 에너지 절약 장치를 모아놓은 건물보다 인간과 환경이 공존하는 생활방식을 고민하는 사례로 소개한다. 기술 연구의 목적을 사회와 연결해 보는 관점이다.
배상수는 유전자 가위를 연구하면서 자신을 도구를 만드는 사람에 빗댄다. 정밀한 도구를 설계하는 일과 이를 어디에 사용할지는 구분되며, 실제 활용에는 다른 연구자들과의 논의가 따른다.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기술이 여러 사람의 판단을 거쳐 쓰인다는 점을 보여준다.
◇ 달 궤도 계산·AI 모델 재설계…실패를 다루는 방식
배종희는 달 궤도를 설계하면서 작은 계산 오류도 전체 임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책임을 느낀다. 팀에서 맡은 위치보다 계산의 정확성이 중요하고, 수치 하나하나를 되풀이해 확인해야 한다. 거대한 우주 프로젝트의 바탕에 세밀한 검토가 놓여 있다.
황원석이 다루는 AI 연구에서는 실패가 새로운 실험의 출발점이 된다. 설계한 인공신경망이 기대한 결과를 내지 못하면 원인을 분석한다. 모델 구조를 바꾸거나 데이터를 보완한 뒤 실험을 반복하며 원하는 성능에 가까워지는 과정이다.
이런 연구는 과학자가 혼자 정답을 찾아내는 사람이라는 통념과 다르다. 양진화의 대규모 실험에는 여러 전문가가 참여하고, 배종희의 계산에는 협업 전체의 책임이 걸려 있다. 황원석의 사례는 예상과 다른 결과를 이해하는 과정 자체가 연구의 한 부분임을 보여준다.
저자는 과학의 객관성과 합리성, 절대성이 생각보다 복잡한 개념이라고 지적한다. 과학자의 일과 판단을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일이 과학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는 데 중요하다는 것이다. 책은 과학적 성과 뒤에 있는 질문과 사람을 함께 바라보도록 이끈다.
△ 과학하는 마음/ 임지한 지음/ 344쪽
'과학하는 마음' 표지/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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