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신발에 새긴 여순항쟁…김금숙의 수묵 그래픽노블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October 22일, AM 06:52

'흰 신' 표지/뉴스1

'흰 신'은 김금숙 작가가 1948년 여순항쟁과 국가폭력의 기억을 수묵 그래픽노블로 그린 작품이다. 저자는 가족사에서 출발해 유족들의 증언과 당시의 역사를 한 권에 엮었다.

작품의 배경은 1948년 10월 19일 여수에 주둔한 국군 제14연대의 봉기와 이후의 진압 과정이다. 제주4·3 진압 명령을 거부한 군인들의 행동에서 시작한 사건은 수많은 민간인의 희생으로 이어졌다. 만화는 그 비극을 겪은 사람들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

김금숙은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는 여수와 순천을 비롯한 관련 지역을 찾아가 유족과 생존자의 말을 듣고 연구자들을 취재했다. 현장에서 확보한 기록과 가족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작품의 바탕으로 삼았다.

제목의 '흰 신'은 서로 다른 시대를 잇는 물건이다. 아버지에게 흰 운동화를 선물받은 딸의 기억과 항쟁 당시 누나에게 신발을 주려 했던 아버지의 사연을 연결한다. 흰 신발을 신었다는 이유만으로 의심을 받고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비극도 담았다.

서사는 1980년대와 1990년대 민주화운동 시기와 아버지가 겪은 1948년의 시간을 교차한다. 딸의 성장과 가족 안에 남은 침묵을 따라가다 아버지 세대의 상실에 다가간다. 개인의 기억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폭력을 다시 살핀다.

책의 두 부분은 각각 '딸'과 '아빠'의 이야기로 구성했다. 본편 외에 여성 피해자와 유족을 직접 만난 내용을 담은 '여성들의 목소리'도 실었다. 답사와 인터뷰, 참고 문헌을 함께 수록해 작품의 역사적 토대를 드러낸다.

김금숙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와 제주4·3, 한국전쟁을 소재로 그래픽노블을 발표해 왔다. 한국 만화가로는 처음 하비상을 받았고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기사장을 수훈했다. 이번 작품에서도 붓과 먹을 활용한 표현 방식을 이어간다.

저자는 아버지 생전에 여순항쟁을 어떻게 기억했는지 묻지 못했다는 사실을 창작의 출발점으로 밝혔다. 책은 무엇이 말해지지 못했으며 그 침묵이 후대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되묻는다. 영어와 프랑스어 등 해외 언어권 출간도 준비하고 있다.

△ '흰 신'/ 김금숙 글·그림/ 464쪽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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