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이사 겸 예술감독(사진=방인권 기자).
박 대표는 “새로운 꿈에 도전하는 건 20·30대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며 “꿈을 현실화할 수 있는 충분한 노하우를 갖췄기에 내가 갖고 있는 능력의 최대치에 도전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가 걸어온 길은 한국 뮤지컬의 성장과 궤를 같이 한다. 1980년대 연극배우로 시작해 조연출과 무대감독을 거쳐 제작자가 된 그는 ‘맘마미아!’ ‘시카고’ ‘아이다’ 등 세계적인 뮤지컬을 국내 무대에 안착시켰다. 해외의 좋은 작품을 들여와 국내 시장을 키웠던 그가 이제 창작뮤지컬 ‘네로’로 영국 무대에 도전한다. 로마 황제 네로의 삶을 통해 권력과 욕망, 정치와 선동을 그린 작품으로 오는 11월 영국 런던에서 트라이아웃(시범공연)으로 첫선을 보인다. 그간의 제작 역량을 세계 무대에서 시험하는 승부수인 셈이다.
그는 “세계 시장에서 통하려면 어느 나라 관객도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을 갖춘 작품이어야 한다”며 “오랜 시간 개발한 작품이 처음으로 관객의 평가를 받는 자리인 만큼 기대반, 흥분반”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에게 있어 작품의 성공과 실패는 모두 의미 있는 경험이다. 그는 “진정한 프로듀서라면 자기만의 고집도 있어야 한다”며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라면 자신감을 갖고 무대에 올릴 수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음은 박 대표와의 일문일답.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인터뷰
△고전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언제든 다시 트렌드가 되고 현 시대의 관객에게 충분히 공감을 줄 수 있다. 네로는 단순히 역사 속 황제를 재현하는 작품이 아니라 오늘날의 정치 현실과 권력자를 비추는 ‘시대의 거울’이 될 수 있는 인물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네로를 현대의 독재자가 연상되는 인물로 재해석했는데, 이런 인물 해석이 재미와 충격은 물론 사회적인 메시지까지 잡을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했다.
-‘네로’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기존 역사 뮤지컬과는 다른 강렬하고 파격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으로 토니상을 휩쓴 스티븐 세이터(극작·작사)와 던컨 시크(작곡)가 참여하는 등 창작진도 화려하게 꾸렸다. 네로를 처음부터 완성된 폭군으로 그리지 않고, 예술을 사랑했던 젊은이가 가족과 사랑, 야망과 정치적 음모 속에서 점차 광기에 빠져 폭군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음악 역시 ‘뮤지컬에서 이런 넘버를?’ 생각이 들 만큼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했다. 특히 마지막 로마 대화재 장면을 최첨단 미디어 기술로 얼마나 압도적으로 구현하느냐가 이 작품의 키포인트다.
-한국 관객에게는 네로가 다소 낯설 수 있는데.
△우리 역사로 치면 연산군을 떠올릴 수 있다. 서로 다른 시대의 인물이지만 예술적 재능을 지녔고, 대중의 인정과 환호를 갈망했던 통치자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특히 네로는 스스로를 예술가이자 스타로 여기며 대중의 환호를 권력 유지에 이용했는데, 지도자가 자신의 이미지를 우상화하는 모습은 오늘날의 정치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한국 관객은 언제쯤 ‘네로’를 만날 수 있나.
△아직 구체적인 시기를 말하기는 이르다. 우선 런던 트라이아웃에서 관객과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를 받은 뒤 이를 바탕으로 작품을 수정·보완할 계획이다. 신시컴퍼니가 메인 프로듀서인 만큼 적절한 시점에 완성도 높은 모습으로 한국 관객에게도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1세대 프로듀서로서 한국 뮤지컬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나.
△늦게 출발했지만, 짧은 기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만큼 빠르게 성장했다. 이제 K뮤지컬이 세계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스타 배우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는 아쉬운 부문이다. 흥행의 기술보다 작품을 만드는 기술을 먼저 터득하고,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부딪혀야 한다.
-창작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자신이 만든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다. ‘이런 이야기를 해볼까’, ‘이런 형식을 관객들이 이해할까’ 묻지만 말고 도전해야 한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 경험이 쌓여 제작자로서 내 안의 ‘콘텐츠 저장창고’를 넓혀간다. 때로는 요즘 보기 힘든 형식이나 역발상의 작품에도 과감히 도전해야 한다. 도전했다가 실패하는 것이 도전조차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도전하지 않는 사람은 작아진다.
-‘푸르른 날에’를 1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리는데.
△좋은 작품을 갈망하는 배우들이 많다는 걸 새삼 느꼈다. 이번 공연에서 배우 20명을 뽑는 오디션에 무려 2245명이 지원했다. 요즘 연극도 스타 배우를 앞세워 더블캐스트로 공연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는 원캐스트를 하려 한다. 우리만의 독창적인 제작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다. 성공과 실패 모두 배움의 과정이다. 실패를 통해 관객의 공감을 얻지 못한 이유를 돌아보고, 그 경험을 제작의 노하우로 쌓아가야 한다.
-수 많은 작품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는다면.
△가장 큰 도전은 ‘렌트’와 ‘아이다’였다. 특히 ‘아이다’는 당시 국내에서 낯설었던 전자동 무대 시스템과 오리지널 무대 장치·의상을 그대로 들여왔는데, 객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프로듀서로서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작품은 ‘마틸다’와 ‘빌리 엘리어트’다. 당장의 흥행보다 어린 배우를 키우고 가족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며 한국 뮤지컬의 저변을 다음 세대로 넓혀온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선보일 작품들도 궁금하다.
△내년 7월에 토니상 작품상 수상작인 ‘아웃사이더스’를 GS아트센터에서 국내 초연한다. 19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계층이 다른 청소년들의 갈등과 성장을 그린 웰메이드 뮤지컬로, 춤과 노래의 난이도가 굉장히 높다. 스타 배우가 아니라 오디션을 통과한 젊은 실력파 배우들의 탄탄한 앙상블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박 대표는…
△1962년생 △서울예술대 무용과 △단국대 대중예술 대학원 연극영화학과 △동인극단 입단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 초대회장 △서울연극협회 회장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개·폐회식 총감독 △여수세계섬박람회 총감독 △현 신시컴퍼니 대표·예술감독
연극 '푸르른 날에'의 한 장면(사진=신시컴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