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200만원으로 2억뷰 데뷔…흥행 필모그래피 첫줄 쓴 AI 배우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3일, AM 06:01

[이데일리 최희재, 윤기백 기자] ‘세상에 없는’ 배우가 광고 모델이 되고 영화 주연까지 넘보고 있다. 인공지능(AI) 배우를 통해 제작비를 절감하고, 사생활 논란 등 실제 배우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도 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크다. 다만 AI 캐릭터가 실제 배우처럼 다작을 하며 인지도와 수익을 쌓는 사업 모델로 발전해갈 지는 지켜볼 일이다.

AI 배우 틸리 노우드(왼쪽)와 팡타오쯔(사진=공식 홈페이지, 더우인)
AI 배우 틸리 노우드(왼쪽)와 팡타오쯔(사진=공식 홈페이지, 더우인)
◇중국선 숏드라마 주연 넘어 광고 모델로…캐릭터 IP 실험

AI 배우를 활용한 콘텐츠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제작비 절감이다. 중국 차이신 글로벌에 따르면 중국 실사 숏폼 드라마 기준 배우의 출연료는 일당 800~1500위안(약 16만~30만원)이다. 인기 배우일수록 인지도와 흥행 실적에 따라 몸값이 높아지는 반면, 자체 개발한 AI 배우는 별도의 출연료 없이 여러 작품에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100분 분량의 AI 숏폼 드라마를 2만 위안(약 400만원) 미만에 제작한 사례도 있다. 제작 기간도 3~7일에 불과하다. 같은 분량의 실사 숏드라마 제작에 30만~40만 위안(약 6000만~8000만원)이 투입되는 것과 비교하면 비용이 최대 20분의 1 수준이다. 다만 AI 콘텐츠도 완성도에 따라 제작비 차이가 크다. AI 배우 팡타오쯔가 출연한 AI 숏드라마 ‘해고당한 소녀’는 정교한 인물 묘사를 위해 반복적인 작업을 거치면서 AI 생성 비용에만 2만 위안(약 2000만원) 이상이 투입됐다. 회당으로 환산하면 약 1만 위안(약 200만원) 정도다. 반면 실사 숏드라마는 배우 출연료를 비롯해 촬영·분장 등 약 40명의 제작 인력이 필요해 인건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인간 배우와 달리, AI 배우는 출연 일정이나 촬영 장소에 대한 제약도 거의 없다. AI 배우의 상업적 이용 권한을 확보만 하면 동일한 외모와 설정을 유지하면서 여러 작품에 동시에 활용할 수도 있다.

중국에서는 AI 배우를 광고 수익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팡타오쯔는 ‘해고당한 소녀’의 2억 뷰 흥행 이후 광고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다. 중국판 틱톡 ‘더우인’ 공식 계정 팔로워 수 55만명을 돌파한 인지도를 발판삼아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AI 배우의 수익화 가능성이 아직 입증뙨 것은 아니다. 중국 광고 플랫폼에 공개된 팡타오쯔의 60초 광고 영상 단가는 25만 8000위안(약 5100만원)에 달하지만, 실제 계약 건수· 매출· 제작사가 거둔 수익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초기 캐릭터 제작비와 운영비를 광고·출연료·라이선싱 등으로 회수할 수 있을 지도 관건이다.

국내 제작사 관계자는 “AI 배우는 출연 일정이나 촬영 환경의 제약이 적어 제작비를 줄이고 콘텐츠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인간 배우처럼 여러 작품에서 인지도를 쌓고 팬덤을 형성할 수 있을 지는 지켜볼 문제다. 기술로 캐릭터를 만드는 것과 흥행 배우를 키우는 것은 다르다”고 말했다.

AI 배우 틸리 노우드과 언론과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틸리 노우드 SNS)
AI 배우 틸리 노우드과 언론과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틸리 노우드 SNS)
◇감정과 독창성은 인간의 몫…과제 남았다

AI 배우의 상업화가 확대되면서 소비자 신뢰와 기술적 안정성 확보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AI 배우 팡타오쯔가 출연한 콘택트렌즈 광고는 ‘실제 착용 경험이 없는 AI가 제품의 착용감을 보증할 수 있느냐’는 논란을 낳기도 했다. 틸리 노우드 역시 언론 인터뷰 도중 갑자기 광둥어로 말하는 등 기술적 오류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AI 캐릭터와 배우라는 직업을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AI 캐릭터를 만들어 콘텐츠에 등장시키는 것과 실제 배우처럼 작품을 이어가며 상업적 가치를 쌓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또 “장편영화 주인공을 맡은 AI배우 틸리 노우드의 사례 역시 실제 배우로서의 활용성이 입증됐다기보다는 마케팅 성격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도 배우와 AI 기술을 결합하거나 특정 영역에 AI를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보고 있다. 신작 ‘실낙원’에서 AI 소재를 다룬 연상호 감독은 AI가 인간 배우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그는 “AI는 보편적인 것을 구현하는 데 강점이 있지만, 영화 예술에는 독창성이 필요하다”며 “비용 절감 등 일부 영역에서 AI를 활용할 수는 있겠지만, 배우의 연기처럼 독창성이 중요한 영역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AI가 기존 배우의 얼굴과 목소리를 활용하는 경우에는 초상과 음성 사용에 대한 동의와 보상, 수익 배분도 풀어야 할 문제다. 고인의 모습을 재현하거나 배우의 디지털 복제물을 제작하는 사례가 늘면서 초상과 음성의 상업적 이용을 둘러싼 논의도 중요해지고 있다.

이 교수는 “국내에서는 미국의 퍼블리시티권과 같은 초상 재산권의 법적 보호 체계가 충분히 정립돼 있지 않아, 현재는 계약과 부정경쟁방지법 등을 통해 부분적으로 보호하는 구조”라며 “AI 기술의 확산이 초상 재산권 거래와 관련 제도 논의를 촉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