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검열은 작품 철거뿐일까…작가들의 우회와 절충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October 23일, AM 06:11

'검열과 월경의 미술사' 표지/뉴스1

'검열과 월경의 미술사'는 작품 철거나 전시 취소에 그치지 않았던 국가 검열과 미술인들의 우회·절충 전략을 추적한다. 홍태림은 한국 현대미술이 통제의 경계 안팎에서 표현을 이어간 과정을 살핀다.

검열은 작품 철거나 전시 취소처럼 드러나는 조치에 그치지 않았다. 지원 배제와 행정적 불이익을 예상한 예술가들이 발표 방식을 미리 조정하면서 표현의 범위가 좁아지기도 했다.

검열에 맞선 방식은 '절충적 자체 검열'과 '전술적 자체 검열'로 나뉜다. 앞의 개념은 제약을 일부 감수하며 발표의 기회를 찾는 방식이고, 뒤의 개념은 은유나 매체 전환으로 통제의 경계를 우회하는 실천을 가리킨다.

1967년 '청년작가연립전'에 참여한 작가들의 거리 시위와 1970년 제4집단의 행진은 미술이 전시장 바깥으로 나간 초기 사례로 다뤄진다. 이건용의 신체를 활용한 풍자적 작업과 변종곤의 출품작도 검열과 표현의 관계를 살피는 재료가 된다.

1980년 비상계엄기 '현실과발언 창립전'에서는 전시와 인쇄물 제작 과정에서 표현을 고쳐야 했다. 도판 교체나 기사 일부 삭제는 탄압을 우회하면서 작품을 계속 발표하려는 전술이었다.

최민화의 '시민-Ⅰ'과 1985년 전시 '한국 미술, 20대의 힘'을 통해서는 광주항쟁과 권위주의 통치에 대한 미술계의 발언이 어떻게 제약받았는지 추적한다. 홍성담의 판화와 민중미술 달력, 노동 만화도 분석 범위에 포함된다.

냉전과 반공주의에 기반했던 검열은 민주화 이후 성 규범과 가부장적 도덕주의를 중심으로 변화했다. 여성주의 미술단체 입김의 '아방궁 종묘 점거 프로젝트'와 김인규의 '우리부부'가 해당 시기의 사례다.

신문과 잡지, 전시 자료, 수사 기록과 판결문, 당사자 인터뷰를 토대로 사건의 경위를 복원했다. 196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현대미술이 표현의 범위를 넓혀 온 과정을 검열의 변화와 함께 읽는다.

△ '검열과 월경의 미술사'/ 홍태림 지음/ 300쪽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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