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치 히라코 '포스트포리스트' 展 전시전경 (갤러리바톤 제공)
자연을 도구로 길들여 온 인간 중심 사회를 돌아보고 미래 공존의 길을 모색하는 일본 출신 작가 유이치 히라코의 서울 개인전이 관람객을 만나고 있다.
갤러리바톤은 12월 5일까지 서울 한남동 전시 공간에서 히라코의 세 번째 개인전 '포스트포레스트'(POSTFOREST)를 연다. 회화와 조각 등 다양한 신작을 선보이며, 숲이라는 공간을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생명과 이야기, 공동체가 교차하는 다층적 터전으로 재해석했다.
작가는 일본 오카야마현의 울창한 숲에서 자란 뒤 영국 런던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그는 거대 도시 안의 가로수나 정원이 오직 인간의 휴식과 안정을 위해 인위적으로 가꿔진다는 점에 문제의식을 품었다. 자연이 본래의 생장 질서대로 자라지 못하고 인간의 쓰임새에 갇혀 도구화된 현실은 이후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핵심 화두가 됐다.
Yuichi Hirako_2026_Lost in Thought 262_Courtesy of Gallery Baton (갤러리바톤 제공)
이번 전시의 백미는 전시 공간을 수직으로 확장한 매달린 조각(suspended sculpture)이다. 2025년 오카야마 현립 미술관 개인전 '오리진'(ORIGIN)과 2026년 아트 바젤 언리미티드에서 주목받은 대형 설치작 '나무, 숲, 산'(Tree, Forest, Mountain)이 바닥 위 원형 무대에 조각들을 세워 관객과 눈높이를 맞췄다면, 이번에는 다양한 형상들을 공중에 흩어놓았다. 관람객은 고정된 시점을 벗어나 숲길을 거닐듯 조각 사이를 누비며 전시장 전체를 신체 감각으로 체험한다.
히라코의 작업은 환경 파괴를 직설적으로 고발하기보다 은유와 조형 언어로 잔잔하게 스며든다. 인간과 동식물이 뒤섞인 하이브리드 형상은 문명의 오만을 차분하게 꼬집는다. 자연을 지배와 관리 대상으로만 바라보던 이들에게 이번 전시는 잃어버린 생태적 겸손과 새로운 공존의 가능성을 일깨운다.
갤러리바톤 관계자는 "지난 한 세기 동안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해 왔듯 미래에도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새롭게 쓰일 것"이라며 "이번 전시는 현재의 관계를 성찰하고 함께 살아갈 앞날의 방향을 짚어보는 계기"라고 전했다.
acenes@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