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폰, 인공 섬유 나일론 스타킹 최초 시판 [김정한의 역사&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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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2026년 October 24일, AM 06:00

1940년 잡지에 소개되고 있는 나일론 스타킹 (출처: Science History Institute,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1939년 10월 24일,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한 백화점에서 화학기업 듀폰(DuPont)이 세계 최초의 합성섬유로 만든 '나일론 스타킹' 4000켤레를 시험 판매했다. '거미줄보다 가늘고 강철보다 질기다는 광고 문구는 과장이 아니었다. 석탄과 물, 공기로 만든 이 인공섬유는 순식간에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당시 여성들은 누에고치에서 뽑아낸 천연 명주(실크) 스타킹을 신었다. 실크는 값비싸고 귀했을 뿐 아니라 탄력이 적어 쉽게 늘어났고 조금만 걸려도 올이 풀렸다. 반면 나일론은 가격이 훨씬 저렴하면서도 팽팽한 신축성과 질긴 내구성을 자랑했다.

기적의 섬유 뒤에는 듀폰의 연구원 월리스 캐러더스의 집념이 있었다. 하버드대 교수 출신인 그는 1928년 듀폰 연구소에 합류해 고분자 화합물 연구에 매달렸다. 1935년 마침내 최초의 폴리아미드 합성섬유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상용화를 보지 못한 채 1937년 세상을 떠났다. 듀폰은 그의 연구를 바탕으로 대량 생산 공정을 완성해 1939년 가을 시장에 첫선을 보였다.

듀폰은 이듬해인 1940년 5월 15일 미국 전역에서 정식 판매를 시작했다. 하루 만에 80만 켤레가 팔려 나가는 기염을 토했고, 1년 동안 무려 6400만 켤레가 팔렸다. 나일론은 여성 패션의 혁명이자 대중 소비사회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국 정부는 나일론을 전량 군수 물자로 징발했다. 스타킹 대신 낙하산, 타이어 코드, 방탄조끼, 군용 텐트를 만들어야 했다. 시중에서 나일론 스타킹이 사라지자 여성들은 맨다리에 갈색 착색제를 바르고 연필로 봉제선을 그리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오늘날 나일론은 스타킹을 넘어 의류, 카펫, 어망, 첨단 플라스틱 부품까지 산업 전반에 쓰인다. 석탄과 석유화학을 기반으로 인류가 천연자원의 한계를 벗어던진 전환점이 바로 이날이었다. 80여 년 전 델라웨어의 작은 매장에서 팔려 나간 얇은 스타킹 한 켤레는 패션을 바꿨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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