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저민 O. 데이비스 시니어 (출처: US Army photographe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1940년 10월 25일, 미국 백악관의 공식 발표와 함께 미 육군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 벤저민 O. 데이비스 시니어 대령이 미군 사상 최초의 흑인 준장으로 정식 진급한 날이다.
당시 미군 내 흑인 병사들은 '버펄로 솔저'라 불리며 미 서부 개척과 미서전쟁 등 험지에서 피를 흘렸지만, 지휘관 자리는 언제나 백인의 몫이었다. 흑인 부대조차 백인 장교가 이끌어야 한다는 차별적 불문율이 군대를 옥죄고 있었다.
데이비스는 1898년 미국·스페인 전쟁 당시 자원입대해 이듬해 제9기병연대 이등병으로 정규군 복무를 시작했다. 능력을 인정받아 부사관을 거쳐 소위로 임관했으나 시련은 끊이지 않았다. 백인 장교 식당 출입을 거부당했고, 흑인 장교가 백인 부하를 지휘해서는 안 된다는 편견 탓에 야전 부대를 떠나 한직을 맴돌아야 했다.
그런 그에게 어깨의 별을 달아준 것은 시대의 격변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유럽을 뒤덮고 1940년 미 대선이 임박하자 루스벨트 행정부는 흑인 사회의 민심을 잡고 국가 총동원 체제를 다져야 했다. 데이비스의 장성 발탁은 군내 흑인들의 분노를 달래고 통합을 꾀하기 위한 상징적 조치였다. 정치적 셈법과 명분이 맞물린 결과였으나, 그가 40여 년간 쌓아 올린 군 경력이 일궈낸 결실이기도 했다.
별을 단 데이비스 준장은 유럽 전선으로 건너가 흑인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우고 군내 인종차별 실태를 조사해 보고서를 올렸다. 그의 헌신은 1948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군내 인종분리를 철폐하는 '행정명령 9981호'를 공포하는 데 결정적 디딤돌이 됐다. 그의 아들 데이비스 주니어 역시 훗날 흑인 최초로 공군 장성에 오르며 부자가 함께 인종 장벽을 허물었다.
건국 이후 160년 넘게 백인의 전유물이었던 '장군의 별'이 마침내 흑인 군인의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 군내 뿌리 깊은 인종 장벽에 균열을 낸 결정적 순간이었다. 데이비스 준장의 어깨에 얹힌 은빛 별은 한 군인의 영예를 넘어 자유와 평등이라는 군의 근본 가치를 되묻는 물음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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