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 거부도 또 다른 판단이다…도덕적 선택의 역설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October 27일, AM 09:58

'판단을 포기한 사람들' 표지/뉴스1

'판단을 포기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행동에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라는 태도 자체도 하나의 판단이라는 역설을 파고든다. 영국 철학자 메리 미즐리는 도덕적 선택을 무조건적인 비난과 구분하며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판단을 피할 수 없는 이유를 묻는다.

판단을 내리는 일이 주제넘은 간섭으로 받아들여지면 잘못된 행동을 비판할 언어도 약해진다. 미즐리는 문제 삼아야 할 것은 판단 자체가 아니라 가혹하고 편협한 판단이라고 구별한다.

도덕은 사람들이 각자 마음대로 만들었다가 버릴 수 있는 사적 취향만은 아니다. 공동체가 오랜 시간 공유해 온 말과 기준이 일상의 선택을 둘러싸고 있어, 저자는 이를 우리가 숨 쉬는 공기에 견준다.

문화마다 옳고 그름의 기준이 다르다는 상대주의와 개인의 생각마다 도덕이 다르다는 주관주의도 분석한다. 두 관점이 섞이면 서로의 잘못을 검토할 공통의 근거까지 잃을 수 있다.

자신과 다른 사회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모든 평가를 중단하는 태도도 따진다. 한 문화 안에 사는 사람 역시 그 문화를 완전하게 이해하지는 못하며 여러 사람의 경험을 비교해야 한다.

판단에는 단순한 찬성과 반대의 선택을 넘어 이유를 따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개인이 처한 환경과 선택이 타인에게 끼치는 피해를 검토하며 근거 없는 확신과 무책임한 회피를 함께 경계한다.

미즐리는 철학을 삶의 바닥에 깔린 배관과 전선에 비유했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아도 사회의 문제가 드러날 때 그 아래에 놓인 사고방식을 확인해야 한다는 뜻이다.

책은 상대주의와 회의주의, 개인주의, 자유와 도덕을 20개 장에 걸쳐 살핀다. 오래전에 집필된 논의를 오늘날 인공지능(AI)에 판단을 맡기는 문제와 연결해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 '판단을 포기한 사람들'/ 메리 미즐리 지음/ 여인옥 옮김/ 320쪽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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