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밈학과 같은 건 없습니다' 표지/뉴스1
'항밈학과 같은 건 없습니다'는 마주친 사람의 기억과 기록에서 스스로를 지우는 존재를 상대로 벌이는 보이지 않는 전쟁을 그린다. 샘 휴즈는 초자연적 현상을 관리하는 비밀 조직의 이야기에 기억과 정체성이 무너지는 공포를 결합했다.
작품의 배경인 '미지체 기구'에는 정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존재와 현상을 추적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그중 '항밈학과'는 사람들의 인식에서 자신의 정보가 사라지도록 만드는 대상에 맞선다.
'밈'이 사람들 사이에 퍼지는 관념이라면 '항밈'은 자신의 전달을 막는 관념이다. 사진으로 찍어도 형상이 남지 않고 기록을 써도 읽을 수 없으며, 누군가를 공격한 뒤에는 피해자가 있었다는 사실마저 지워진다.
동료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작전 자체를 이어갈 수 없다. 항밈학과 구성원들은 이미 같은 적과 싸웠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메모와 보고서에 남은 빈틈을 단서로 삼는다.
소설은 일반적인 사건 서술만으로 전개되지 않는다. 연구 보고서와 검열된 문서, 짧은 기록을 교차시켜 독자가 등장인물과 함께 누락된 정보를 추적하도록 했다.
이야기의 출발점은 초자연적 대상을 발견해 격리한다는 설정을 공유하는 인터넷 공동 창작 세계관 'SCP 재단'이다. 2008년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여러 창작자가 같은 설정을 활용해 새로운 이야기를 더하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원작은 온라인 연작에서 출발해 독립 출판을 거쳐 정식 영어판으로 다시 만들어졌다. 한국어판에는 작가가 후반부를 새로 쓰고 인물과 설정을 정리한 판본을 옮겼다.
가디언의 2025년 SF 분야 올해의 책에 선정됐고 2026년 아서 C. 클라크상 최종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무엇을 잊었는지조차 알 수 없다는 설정을 통해 기억에 의지해 자신과 세계를 이해하는 인간의 한계를 다룬다.
△ '항밈학과 같은 건 없습니다'/ 샘 휴즈 지음/ 권국원 옮김/ 3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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