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본인 제공
컴퓨터도 인터넷도 없는 공간, 스마트폰 대신 종이와 펜과 함께 하는 생활이 시작됐다. 모든 것이 빠르게 움직이는 디지털 세상에서 살아온 그에게 구치소는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듯한 ‘아날로그의 세계’였다. 안 원장은 “좁은 운동장을 걸으며 자유의 의미를 생각했고, 작은 배식구로 들어오는 한 줄기 바람에서 행복을 느꼈다”며 “어느 날 유리벽 너머로 만난 손녀의 한 마디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됐다. 1부 ‘멈춰 선 세계’에서는 구치소의 공간과 일상을 이야기하고, 2부 ‘멈춰 선 세계의 사람들’에서는 수용생활 중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들여봤다. 3부 ‘기억이라는 집’에서는 가족과 어린 시절, 잊고 지냈던 사람과 사물에 얽힌 기억을 되짚고, 4부 ‘안에서 본 세상 이야기’에서는 학자와 교수, 정치인, 공직자로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와 조직, 권력과 인간의 모습을 성찰한다.
책의 겉표지는 달빛에 비쳐진 ‘쇠창살 그림자’를 담았다. 안 원장은 “수감 생활을 하다 보면 쇠창살 사이로 많은 것들을 접하게 된다. 신문과 편지는 물론, 바깥 공기까지 의미 있는 것들이 들어오는 창구”라고 언급했다.
책에서 안 원장은 자유가 박탈당한 삶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풀어냈다. 그는 “갑자기 모든 자유가 사라지고, 하고 싶은 걸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수형자들은 저마다 자신의 방법으로 자유를 빼앗긴 삶을 이겨내려 애썼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읽기’와 ‘쓰기’였다”고 언급했다. 이어 “책을 내기 위해 당시의 기억을 되돌아보는 것은 무척 고통스러웠지만, 나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과거엔 남들을 앞서기 위해 누구보다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냈지만, 옥중 생활을 겪은 후엔 아날로그식 ‘천천히’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안 원장은 “지금껏 앞만 보고 달리는 게 최선인지 알았다”면서 “이제야 때때로 옆과 뒤, 주변을 돌아보는 것의 가치를 깨달은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정치인, 공직자로서 언제나 국가를 위한 헌신에 최우선 순위를 둔 삶을 살아왔지만, 그런 나를 위해 가족은 많은 희생을 치렀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며 “이 책을 통해 가족과 친구, 주변인들과 갖는 시간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안종범|256쪽|렛츠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