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휘청이는 새벽' 展 전시전경 (갤러리 P21 제공)
촛불 심지 밑동에서 고요히 타오르는 약 1400도의 푸른 불꽃을 화폭에 담아 삶의 유한성과 시간의 흐름을 묵직하게 짚어보는 전시가 열린다.
서울 용산구 갤러리 P21은 30일부터 12월 12일까지 김지영(39)의 개인전 '휘청이는 새벽'(Wavering Dawn)을 연다. 2024년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는 2025~2026년 제작한 신작 유채 연작 '푸른 빛'(Blue Glow) 9점을 비롯해 드로잉 22점, 사진, 왁스 조형 등 총 35점을 선보인다.
신작 '푸른 빛'은 타오르다 결국 소멸하는 촛불 하단의 푸른 기운에 주목한 작업이다. 불꽃은 흔히 붉거나 노란빛으로 인식되지만, 산소와 만나 가장 격렬하게 연소하는 영역은 역설적으로 차가운 푸른색을 띤다.
김지영 Keem Jiyoung_푸른 빛 Blue Glow_2026_oil on canvas_112.1 x 112.1cm (갤러리 P21 제공)
작가는 색을 인위적으로 혼합하지 않고, 전작 '붉은 시간' 연작에 쓰인 주황과 붉은 계열을 밑색으로 칠한 뒤 푸른색 물감을 겹겹이 쌓아 올렸다. 멀리서는 단순한 단색 추상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설수록 촘촘한 붓질의 층위 사이로 시간의 두께와 미세하게 요동치는 빛의 떨림이 드러난다.
전시장 입구에는 전시 제목의 단초가 된 사진 '청색 소음'(2026)이 걸렸다. 여기에 너비 243.8cm에 달하는 대형 유채화와 파라핀 왁스로 제작한 조형 '이 짙은 어둠을 보라'(2024) 3점 등이 더해져 매체적 밀도를 높였다.
전시 평론을 쓴 최희승 독립기획자는 김지영의 푸른빛을 두고 "거창하거나 위협적이지 않으며, 삶의 저변에 늘 맞닿아 있는 일상 속 빛"이라고 짚었다.
사회적 재난의 비극을 기록한 초기 파란색과 삶의 온도를 응시한 붉은색을 지나, 다시 파란 불꽃으로 회귀한 작가의 시선은 한결 깊어졌다. 소멸을 향해 흔들리는 빛을 캔버스 위에 단단한 물질로 붙잡아둔 이번 전시는, 불안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시간의 무게와 삶의 근원적 의미를 조용히 묻는다.
acenes@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