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의 기술' 표지 (나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0.28/뉴스1
'합의의 기술'은 국가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협정을 만들고 국제기구를 출범시키는 외교의 실제 과정을 다룬다. 신부남은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설립과 녹색기후기금(GCF) 송도 유치 등 현장에서 겪은 교섭을 토대로 협상 기술을 정리했다.
외교 협상은 한쪽이 얻는 만큼 다른 쪽이 잃는 제로섬 경쟁만은 아니다. 신부남은 정해진 피자 한 판을 나누기보다 함께 여러 판을 만드는 방식으로 합의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고 봤으며, 상대가 걱정하는 문제와 필요한 조건을 먼저 파악하는 태도를 중시한다.
핵심 사례는 2012년 GGGI(글로벌녹색성장기구, Global Green Growth Institute)를 국제기구로 출범시킨 과정이다. 한국은 덴마크와 호주 등 협력국을 설득하고 설립협정 문구를 조정했으며, 리우+20 정상회의에서 협정에 서명하기까지 이해관계가 다른 나라와 접점을 찾았다. 각국의 지지를 얻는 과정에는 선언적 목표만큼 구체적인 합의 문안과 실행 순서가 중요했다.
같은 해 한국은 독일 본과 경쟁해 GCF를 인천 송도에 유치했다. 기후변화의 책임과 비용을 둘러싸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요구는 달랐지만 한국은 경제성장 경험과 기후 대응 의제를 연결하며 협상에 참여했고, 기후외교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을 넓히는 기회가 됐다.
김포와 하네다를 잇는 항공편 논의, 북한 대사와 나눈 오찬 등 양자외교의 사례에도 협상의 원리가 들어 있다. 대화를 시작할 조건을 만들고 상대방의 사정을 먼저 이해해야 쟁점이 구체화되며,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태도는 오히려 합의를 지연시킬 수 있다.
국제기구 선거에서는 약속받은 표가 실제 지지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 국가들은 저마다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움직이고, 후보자의 자격과 국가 간 신뢰를 함께 판단하며, 다자외교에는 양자 관계에서 축적한 협력도 중요한 기반이 된다.
신부남은 외교부에서 36년, 한국에너지공단 기후행동이사로 약 3년간 일했다. 책은 교섭의 역사와 전략, 한국 외교의 성과를 다룬 뒤 국제기구에 진출하는 일곱 가지 경로와 관련 용어를 정리했고, GGGI 설립 경과도 부록에 실었다.
합의에 도달했다고 해서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처음부터 같았던 것은 아니다. 서로 양보할 수 있는 범위와 함께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구체화하는 데 경청과 준비, 우선순위 판단이 필요하며, 외교의 성과는 선언보다 실제 교섭 과정에서 쌓인다.
△ 합의의 기술/ 신부남 지음/ 2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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