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세 영주씨 "지금이 제일 좋아"…아들이 발견한 노년의 네 가지 힘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October 28일, PM 03:04

'이러다 100살까지 살면 어떡하냐?' 표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0.28/뉴스1

'이러다 100살까지 살면 어떡하냐?'는 세는나이로 98세인 어머니 영주씨의 일상을 지켜본 아들 김수동이 노년의 힘을 기록한 에세이다. 김수동이 어머니에게서 발견한 '노인력'은 스스로 삶을 꾸리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변화에 적응하는 힘이다.

영주씨는 북한산 자락에 있는 공동체주택 '여백'에서 생활한다. 백내장 수술과 임플란트 시술을 받고 보청기와 보행기를 사용하지만 혼자 외출해 낯선 식당에서 식사하기도 한다. 주변에서 쉬라고 권할 때도 오히려 지금이 가장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저자는 노후 주거와 돌봄을 공부해 온 활동가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어머니와 단둘이 지내면서 연구와 현장에서 배운 것과는 다른 노년의 모습을 발견했다. 큰아들의 사고와 가계의 몰락, 주거 상실을 겪고도 일상을 이어 온 어머니의 태도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영주씨의 일상은 자존력과 관계력, 적응력, 공생력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펼쳐진다. 자신만의 중심을 지키는 태도와 가족·이웃의 소통, 달라진 몸과 기술에 적응하는 방식, 공동체 안에서 돌봄을 주고받는 생활을 통해 노년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힌다.

◇ 삶의 중심을 지키는 자존력…어머니의 친구가 된 아들
아들에게 영주씨는 쉽게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냉정한' 어머니다. 가족에게 닥친 불행을 겪으면서도 감당할 수 없는 일에 오래 매달리지 않고 자신이 할 일을 이어 갔다는 것이다. 이 태도는 남의 뜻에만 의존하지 않고 삶의 중심을 유지하는 자존력이다.

영주씨는 기초노령연금을 아껴 청년 공동체주택 기금인 '터무늬있는 소셜예금'에 참여했다. 젊은 세대의 주거를 돕는 최고령 시민출자자가 된 것이다. 자신을 위한 새 침대 구입은 망설이면서도 다음 세대를 위해서는 아낀 돈을 보탰다.

아들 수동씨는 예순이 넘어서야 어머니를 제대로 보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어릴 때에는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일을 겪으며 어머니의 삶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함께 생활하는 시간이 늘면서 어머니가 어떤 시간을 견디고 무엇을 바라는지 비로소 묻게 됐다.

그는 아들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어머니의 친구가 되려고 한다. 함께 밥을 먹고 실없는 농담을 나누며 산책을 하는 관계를 꿈꾼다. 영주씨의 가족과 손주들은 '신사모'(신영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통해 소식을 공유하고, 청력이 약해진 그와 대화하는 방법도 함께 익힌다.

'이러다 100살까지 살면 어떡하냐?' 표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0.28/뉴스1

◇ 보청기·태블릿·뽁뽁이…달라진 몸과 기술에 적응하기
영주씨는 나이가 들며 나타나는 신체 변화를 무조건 거부하지 않는다. 보청기와 틀니, 보행기 등 필요한 도구를 사용하고 자신의 몸에 맞는 방식으로 생활한다. 노화를 부정하기보다 몸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태도다.

스마트기기도 생활에 활용한다. 영주씨는 태블릿으로 유튜브와 성경을 보고 손 글씨 대신 화면에 글자를 입력했다. 그러나 스마트기기 사용이 늘면서 손 글씨를 쓰기 어려워졌다고 느끼자 다른 방법을 찾아 나섰다.

영주씨가 선택한 것은 포장재의 공기주머니를 터뜨리는 일이었다. 버리려고 분류해 둔 뽁뽁이를 손가락으로 눌러 터뜨리며 소근육을 사용했다. 새로운 도구의 편리함을 누리되 필요할 때 거리를 두고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았다.

노인에게 불친절한 디지털 환경도 문제다. 반응 속도가 느리면 처음부터 다시 주문해야 하는 키오스크와 복잡한 본인인증 절차가 필요한 은행 앱은 고령자의 몸과 감각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사례다. 노인의 몸과 감각을 고려하지 않은 기술은 편리함보다 배제의 장벽이 되기도 한다.

◇ 공동체주택 '여백'의 돌봄…어디서 어떻게 떠날 것인가
영주씨에게 소유보다 공유를 선택하는 생활은 노년의 공생력이다. 영주씨는 공동체주택 '여백'과 딸이 사는 공동체 아파트를 오가며 지낸다. 이웃이 문 앞에 음식을 놓고 가거나 일상의 안부를 묻는다. 가족과 이웃이 함께 돌보는 일상이다.

공동체 생활은 혼자 사는 노인에게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갈 기회를 제공한다. 돌봄은 가족 한 사람의 희생이나 시설의 서비스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서로의 독립성을 존중하면서 필요할 때 도움을 주고받는 생활이 대안이다.

영주씨의 삶을 기록하는 과정은 노년의 마지막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임종 과정마저 병원과 요양시설의 치료·관리 대상으로 여기는 현실과 마주한다. 익숙한 집과 관계 속에서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가능성을 고민한다.

영주씨의 노년에는 질병과 불편, 돌봄의 어려움이 함께 존재한다. 그는 자신의 몸에 맞게 생활하면서 가족과 이웃의 관계도 이어 간다. 고령자는 도움만 받는 존재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만들고 공동체에 기여하는 구성원이다.

△ 이러다 100살까지 살면 어떡하냐?/ 김수동 지음/ 264쪽

'이러다 100살까지 살면 어떡하냐?' 정보그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0.28/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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