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소리' 표지 (교양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0.28/뉴스1
'파도 소리'는 가상의 우타 섬에서 살아가는 어부 신지와 소녀 하쓰에의 첫사랑을 그린다. 미시마 유키오는 어둡고 파괴적인 욕망을 다룬 다른 작품과 달리 자연 속에서 시련을 견디고 사랑을 이루는 청춘의 시간을 중심에 놓았다.
이세만 어귀의 작은 섬 우타 섬에서는 남자들이 고기를 잡고 여자들이 물질하며 살아간다. 열여덟 살 신지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와 동생을 부양하는 성실한 어부로, 해변에서 처음 만난 하쓰에와 다시 마주치면서 평범했던 일상의 변화를 경험한다.
하쓰에는 화물선 선주이자 섬의 부자인 미야타 데루요시의 딸이다. 서로에게 끌리는 두 사람 앞에는 마을 유지의 아들 야스오가 퍼뜨린 소문과 하쓰에의 아버지가 내린 교제 금지라는 장벽이 놓이고, 작은 공동체의 시선은 젊은 연인의 선택까지 좌우한다.
신지는 상대를 원망하거나 무작정 반항하기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충실하고 하쓰에도 그를 기다린다. 두 사람은 비바람이 치는 감시초소에서 모닥불을 사이에 두고 마음을 확인하지만, 그 관계를 인정받으려면 섬 공동체의 신뢰도 얻어야 한다. 태풍이 몰아친 바다에서 선원들을 구하려는 신지의 행동은 사랑의 향방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파도와 바람은 바다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인물들의 몸과 감정에 깊이 스며 있다. 신지에게 자연의 소리는 따로 음악을 찾지 않아도 될 만큼 일상적인 리듬이며, 노동과 사랑은 서로 떨어진 세계가 아니라 같은 섬의 생활 속에서 이어진다.
미시마는 이 작품을 비극으로 끝나는 사랑에 맞선 '반(反)로미오와 줄리엣'의 성격으로 구상했다. 가족과 사회의 갈등을 지나도 연인이 파멸하지 않는 결말을 향해 나아가며, 작가가 자신의 어두운 작품들과 달리 선함과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춘 소설이다.
1954년 출간된 '파도 소리'는 석 달 만에 70쇄를 돌파했고 그해 제1회 신초샤 문학상을 받았다. 이후 일본에서 다섯 차례 영화화됐으며, '가면의 고백'과 '금각사' 사이에 발표된 이 작품은 미시마가 스물아홉 살 때 쓴 이례적으로 밝은 사랑 이야기다.
두 연인의 사랑은 공동체의 규범과 노동의 책임을 벗어나 독립적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신지의 용기와 하쓰에의 기다림은 서로에 대한 믿음을 생활 속에서 지켜가는 방식이며, 자연과 인간의 성실함이 미시마 문학의 또 다른 얼굴을 이룬다.
△ 파도 소리/ 미시마 유키오 지음/ 이진명 옮김/ 2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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