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리 울리자 임금 앞으로 집합…경복궁서 재현된 조선의 군사 훈련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9일, PM 06:16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주상전하 납시오!”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진행된 '궁궐 호위군 사열의식 첩종' 리허설. (사진=손의연 기자)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진행된 '궁궐 호위군 사열의식 첩종' 리허설. (사진=손의연 기자)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 흥례문 광장. 임금의 행차를 알리는 외침이 울려 퍼지고 왕이 모습을 드러내자 관광객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이윽고 첩종을 명하는 교서가 내려지고 종소리가 연달아 울리자 호위군이 국왕 앞에 줄지어 섰다. 징과 북소리, 색색의 깃발 신호에 맞춰 군사들이 진형을 바꿀 때마다 관람객들은 휴대전화를 들어 장면을 담았다.

이날 열린 행사는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와 국가유산진흥원이 마련한 ‘궁궐 호위군 사열의식 첩종’의 공개 리허설이다. 약 160명의 호위군이 광장에서 군사 훈련을 선보인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와 국가유산진흥원 2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궁궐 호위군 사열의식 첩종(疊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와 국가유산진흥원 2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궁궐 호위군 사열의식 첩종(疊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첩종’(疊鐘)은 한자 그대로 종을 겹쳐, 연달아 친다는 뜻이다. 조선의 기본 법전인 ‘경국대전’에 실린 군사 의식으로, 궁궐에 급한 일이 생길 때를 대비한 일종의 비상 소집 훈련이었다.

종이 연이어 울리면 궁궐에 입직한 군사뿐 아니라 문무백관과 중앙군인 오위(五衛)의 병사들까지 모두 국왕 앞에 모였다. 국왕은 이들의 훈련 상태를 직접 살폈는데, 임금 앞에서 점검한다고 해서 이를 ‘어전사열’(御前査閱)이라 불렀다. 군사들의 규율을 바로잡아 나라의 기틀을 지키고, 군대를 거느리는 이가 임금임을 분명히 하려는 뜻이 담겼다.

행사는 첩종과 ‘국조오례의’에 기록된 군사 의례 ‘대열의’(大閱儀)를 토대로 재현했다. 대열의는 국왕이 직접 지휘하며 군사들의 무예 대결 등이 이뤄지는 의례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와 국가유산진흥원 2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궁궐 호위군 사열의식 첩종(疊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와 국가유산진흥원 2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궁궐 호위군 사열의식 첩종(疊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의식은 첩종, 점고, 진법, 연무, 퇴장 순으로 진행된다. 승정원의 도승지가 첩종 교서를 내리고 선전관이 이를 공표하면 타종과 함께 첩종이 시작된다. 이어 선전관이 명부에 점을 찍어 참석 인원을 확인하는 ‘점고’, 징·북과 깃발 신호로 군사들을 정해진 모양으로 배치하는 ‘진법’, 좌군과 우군으로 나뉜 내금위 군사들의 무예 시연인 ‘연무’가 이어진다. 마지막은 국왕의 격려 속에 호위군이 물러나는 퇴장이다.

올해는 임금 곁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키던 호위 부대 ‘금군’이 새로 더해져 볼거리가 더욱 풍성해졌다. 옷과 무기, 깃발 같은 의장물 모두 조선 전기(15세기)의 모습을 기록에 따라 되살렸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와 국가유산진흥원 2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궁궐 호위군 사열의식 첩종(疊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와 국가유산진흥원 2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궁궐 호위군 사열의식 첩종(疊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첩종 행사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2시 두 차례, 45분씩 열린다. 행사 기간에는 경복궁 수문장 교대의식이 열리지 않는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관람객들이 도심 속에서 조선시대 궁궐의 호위 의식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앞으로도 궁궐 문화유산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와 국가유산진흥원 2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궁궐 호위군 사열의식 첩종(疊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와 국가유산진흥원 2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궁궐 호위군 사열의식 첩종(疊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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