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가인가, 반역자인가…재심 한 달여 앞두고 나온 ‘김재규를 말하다’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30일, PM 02:27

[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국민 여러분, 민주주의를 마음껏 만끽하십시오”

처형 하루 전 30분동안 녹음된 유언의 마지막 문장이다. 전세계 역사적으로 당시 권력의 최정점을 암살한 인물들은 많지만, 한국 근현대사에선 누구나 이 사람을 떠올린다. 깊은 유대감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혹자는 그를 두고 은인을 배신한 시해범으로 보지만, 다른 한쪽은 유신시대를 멈춘 의사로 기억하는 등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군법회의 출석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사진=연합뉴스)
군법회의 출석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사진=연합뉴스)
지난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암살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을 다룬 신간 ‘김재규를 말하다’가 최근 독자들 곁을 찾았다.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은 과거 국내 영화에서 수차례 다뤄졌던 역사적 인물로 지난 1979년 10월26일 궁정동 안가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받은 바 있다.

책은 지난 2020년 ‘김재규 장군 평전’의 개정증보판으로 독립기념관장을 지내고 독립운동사와 현대사 인물 평전을 수십 권 써 온 김삼웅이 집필했다. 이번 개정판에는 김재규의 조카이자 유족 대표인 김성신 출판평론가가 쓴 재심 기록이 부록으로 더해졌다.

저자는 어느 한쪽 판정을 내리기에 앞서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묻고, 한 사람의 일생을 따라간다. 책은 1926년 경북 선산에서 태어난 김재규가 보통학교 4학년 때 나무꾼을 괴롭히던 일본 순사에게 “이 순사는 도둑놈이다”라고 대들다 유치장에 갇힌 일화에서 출발한다.

해방 뒤 김천과 대구에서 교단에 섰던 그는 박정희와 함께 조선경비사관학교 2기로 입교했고, 5·16 이후 보안사령관, 3군단장, 유정회 국회의원, 중앙정보부 차장, 건설부 장관을 거쳐 1976년 12월 중앙정보부장에 올랐다.

책은 1972년 유신 직후 3군단장이던 김재규가 당시 유신헌법이 영구 집권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판단했다고 풀어낸다. 중앙정보부장 재임 중에는 긴급조치 완화와 구속자 석방을 거듭 건의했다고 저술한다.

아울러 저자는 그가 정권의 핵심에서 누린 권력과 사생활을 둘러싼 논란도 함께 다룬다. 부제 ‘맹세와 배신 사이’는 한 사람에게 바친 충성과 헌법에 바친 맹세가 부딪히는 지점을 가리킨다.

한편 김재규의 셋째 여동생이자 재심 청구인인 김정숙 씨가 제기한 서울고등법원의 재심 선고는 오는 12월16일 오후 2시다. 김정숙 씨의 아들인 김성신 평론가는 “이번 재심 신청은 ‘10·26에 대한 짐작과 단정을 대한민국의 역사로 전환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유족들은 판단했다”면서 “10·26을 역사로서 해석해 볼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삼웅|418쪽|싱긋
김삼웅|418쪽|싱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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